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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세대 간 대결이라는 이례적인 현상을 경험하며 치른 국가수장 선거는 그 어떤 뉴스보다도 강력한 이슈였다. 특히 정책대결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잠재울 만큼 ‘인물’에 대한 민중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그 덕에 본인은 대결의 승자를 확인한 후에야 공약집을 뒤적이는 민망한 시민의식을 가진 자가 됐다. 뒤늦은 반성을 하며 가장 먼저 문화예술 지원정책 공약을 들추어보았다. 문화재정 비율을 OECD 수준인 2%까지 달성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문화기본법 제정,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법 제정, 남북문화교류 확대, 관광복지 실현 등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중 ‘문화재정 비율 2% 달성’ 항목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사안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2000년 ‘국민의 정부’ 시절 IMF의 파고를 맞으면서도 문화예산 확충을 견지했고, 그 결과 문화기반시설 확충과 ‘문화산업이 창조산업’이라는 인식상승, 대중문화의 세계화 ‘한류바람’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도예계만 들여다봐도 그렇다. 그 시기 대형국제비엔날레가 2개씩이나 탄생한 것을 보면 문화예술 정책지원에 유례없이 과감했던 당시의 국가적 관심도를 알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경기불황을 겪고 그 부양책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문화예술 특히 전통문화예술분야는 급속도로 외면돼 왔다. 몇 해 전 문화에 대한 이해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개념의 ‘컬쳐노믹스Culturenomics’가 도입돼 선회하는듯 했지만 전통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문화재정은 1999년 1%에서 시작해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14%(3조 7천 194억원)에 겨우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새 수장의 국가예산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임기 내에 2%까지 문화재정 비율을 늘린다는 약속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새 행정기관에서 구상하는 문화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만한 문화적 비중이 큰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 또한 그 불안감을 더한다. 새로운 국가수장의 문화예술 정책은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제도적으로 기초를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 관련법도 제·개정해 ‘예산과 제도로 문화국가의 기초석을 세우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실제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국가문화정책 중 ‘창작지원금에 필요한 문예진흥기금 재정 강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전문예술인 배출을 위한 교육기관 확충’과 ‘문화기반시설 확충’, ‘문화산업의 육성, 개발’을 순서로 두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가장 먼저고 기관과 시설, 산업육성은 그 후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만큼 절실하다는 증거다. 더 이상 과거처럼 한강위에 대형 인공섬을 띄우고, 요란한 형태의 건축물을 새로 지어 결국 모두 초대형 깡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이없는 과오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새 행정부가 ‘민생정부’라는 간판을 내걸고 나서는 만큼 부디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바로알고 올바른 지원정책을 수행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태완 월간도예 편집장 anthos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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