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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열두 번. 마감이라는 산고보다 조금 덜한 고통을 견디며 월간지를 만드는 일은 정신적으로 꽤 고단하다. 가끔 심각한 정신적 피폐함이 느껴질 때면 고농축 자양분을 찾게 된다. 그럴 때 찾아뵙는 어른이 한 분 있다. 그분에게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당신의 작품 3점이 영국대영박물관 한국관 안에 독립진열장으로 전시된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마침 송년호를 마감하며 바닥을 보이고 있는 자양분이 새로 채워지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15년 전, 유럽배낭여행 중 런던의 대영박물관을 찾아갔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대영박물관의 한국관 개관에 삼성문화재단과 한빛문화재단에서 힘을 많이 보탰다는 뉴스를 듣고 큰 자부심을 갖고 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다른 전시실과 국가관을 둘러본 후에 겨우 찾아낸 한국관은 계단 옆 한쪽 귀퉁이에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실망하고 있는 본인 옆에서 단체여행객들에게 설명하는 한 여행가이드의 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관에 가는 사람들은 세 부류가 있습니다. 한국인과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 그리고 길 잃은 외국인입니다.” 슬픈 농담이었다.
이후 우리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관의 규모는 커졌고, 현재는 대영박물관 최상층에 중국, 일본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물론 다른 국가관과 비교할 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10여 년 전에 비하면 꽤 훌륭한 편이다. 올 봄에는 국내 대표항공사 한곳이 런던 ‘게트윅 공항’에 주3회 신규 취항 기념행사를 대영박물관에서 가진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이 항공사는 박물관에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지원한 기업으로 박물관 측의 승인을 받아 박물관 폐장시간 이후 특별히 오픈된 한국관에서 기념행사를 가진 것이다. 많은 영국 현지의 주요 인사들이 초청돼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었다는 기발한 기획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새롭게 구성된 대영박물관 한국관의 도예작품은 역사별 유물과 시대별 작품으로 진열되었다고 한다. 선생의 작품 3점은 현대도예작품 중 80년, 90년, 2000년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자리하게 됐다. 그의 작품은 연리문(練理紋) 자기다. 연리문은 고려시대에 나타났지만 제작기법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춘 분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 측이 사라진 한국의 전통도자 기법인 연리문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켜 재해석한 선생의 선구자적 작가의식을 높이 평가한 것인 듯 싶다. 아무쪼록 선생의 작품이 영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대영박물관에서 한국현대도예작품의 이해를 돕고, 널리 알리는데 크게 일조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독자 여러분에게도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는 바이다.
김태완 anthos3@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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