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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월호 | 전시토픽 ]

한국 옹기의 재평가: 미래의 전통을 만들다
  • 김진아 한향림옹기박물관 학예실장
  • 등록 2024-10-07 16:52:29
  • 수정 2024-10-07 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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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의 기술, 현대의 디자인》
  • 4.19.~8.31. 한향림옹기박물관

국가 문화유산인 우리 옹기의 소중함을 알리고 전통 옹기를 보존해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한향림옹기박물관의 39번째 옹기 기획전 《전통의 기술, 현대의 디자인》이 지난 4월 19부터 8월 31일까지 열렸다. 다양한 우리 옹기의 단아한 조형미와 발효 옹기로서 기능적인 우수성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옹기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시대적인 흐름을 보여줬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전해진 유, 무형의 문화유산 중에서도 동시대 사람들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해 재평가된 것을 ‘전통’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 중 ‘김치’는 한국인의 주요 부식으로, 지역과 재료, 담그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 200여 종이 현존한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에 고구려인이 발효 저장 음식을 잘 만들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원시적인 김치가 존재했고, 조선시대에 와서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김치의 원형이 완성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김치에 함유된 여러 가지 생리 활성 물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조선시대보다도 더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김치가 개발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형태와 맛을 지닌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전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대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 의해 끊임없이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 때문에 전통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시대에 따라 움직이며, 우리의 의지에 따라 미래의 전통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옹기 역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옹기는 현대에 어떻게 평가되어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가장 다양한 용도와 형태의 경질도기들이 옹기라는 명칭으로 제작, 사용되었다. 이후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 속에서 옹기는 쇠락했다. 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현대에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옹기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떠한 기준에서든 유용한 것으로 재평가를 받으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 하고 있는 듯하다.

개관 15주년을 맞이하여 마련된 특별기획전 《전통의 기술, 현대의 디자인》전은 한향림옹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옹기를 통해 당시의 경질도기 제작 기법과 생활문화를 살펴보고, 이 전통의 기술을 활용하여 현대에 옹기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6명의 주관적 가치 판단을 통해 현대의 옹기에 대한 소용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각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반영하여 생활에 유용한 용기와 도구들을 만들어 내었던 전통의 기술이 현대에 와서 일상의 기술을 넘어 예술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현대 옹기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김창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 이수자이자 현대 옹기 작가로, 경기도 옹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누구보다도 전통 옹기가 현대에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작가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옹기 표면의 문양 중 점과 선을 조형적 요소로 끌어들였다. 오기를 제작하는 행위에서 오는 즉흥성과 리듬감은 김창호가 재평가한 옹기의 주관적 가치이다.


김창호 「산」 34×28×40cm | 옹기토, 옹기유 | 수레질성형, 장작가마 번조 | 2024


장석현은 경기도 및 경기도 이북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었던 푸레옹기를 연구하며, 푸레옹기가 지닌 질감과 색, 그리고 옹기의 용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이다. 푸레옹기는 조선 후기 새롭게 도입된 옹기 제작 기법으로, 독일에서 유래되었다. 작가는 이 푸레기법이 조선에 전래된 이후 나름의 재료와 소성 방법으로 특별한 매력을 지닌 검푸른 옹기로 거듭 태어난 점에 주목하고, 푸레옹기가 지닌 한국 옹기의 정체성과 현대적 진화를 자신만의 형태로 표현한다.


장석현 「삼족항아리」 50×50×38cm | 옹기토, 무시유 | 썰질성형, 가염탄화 번조 | 2023


정미선은 제주 점토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풍속과 일상을 기록하듯 그릇을 만드는 작가이다. 제주의 검은 굴 소성 방식을 따라 제작된 정미선의 그릇들은 붉은 색을 띠는 제주옹기의 특징에서 벗어나 마치 제주 바다의 먹돌처럼 반짝이는 검은 빛을 띤다. 그릇의 쓰임과 플레이팅된 장면을 통해 사용자들이 겹쳐진 제주의 자연과 현대인의 시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정미선 「제주 흙 기器」 가변설치 | 제주점토, 무시유 | 물레성형, 장작가마 번조 | 2023



사진. 한향림옹기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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