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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월호 | 전시리뷰 ]

조은미 《間 사이 잇다 Interactive Space》_2024.11.29.~12.29.
  • 최연수 한국공예산업연구소 소장
  • 등록 2025-02-07 15: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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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9. ~12. 29. 양구백자박물관 기획전시실


「Flow_양구흔적」 혼합재료 | 2024


間_ 사이 ; ‘잇다’ - ‘있다’


‘흙’과 ‘불’의 두 축을 낯섦으로

도예에서 ‘흙’과 ‘불’은 형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두 가지 핵심적 기제다. 이 둘은 도예 담론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필수적 요소로, 어느 하나를 우위에 두기 어렵다. 흙은 작가의 상상력과 손길을 받아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재료로, 불은 그 형태를 굳히고 변화시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매개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마치 수평과 수직이 만나는 X, Y축처럼, 도예의 좌표를 구성하는 단짝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그러나 조은미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전통적 틀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의 작품에서는 ‘흙’과 ‘불’의 명확한 조합이 희미하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두 축의 교점은 여기서 낯섦으로 변모한다. 흙과 불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에 의존해 온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조은미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흙과 불을 대체하거나 제거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도예의 전통적 재료와 기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 하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려 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흙은 물질성을 넘어 개념으로 전환되며, 불은 물리적 변형 대신 상징적 변주로 대체된다. 익숙함을 전복시키는 이러한 접근은 도예를 단순히 형상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게 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도예의 본질에 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흙과 불이 없는 도예는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의 작품 속에 내재된 <間_사 이>의 모호성과 실험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도예의 경계를 확장하며, 관객들에게 도예라는 예술 장르의 가능성을 새롭게 탐구하도록 이끈다.


《사이 잇다》 퍼포먼스 2024. 12. 06


경계의 확장을 위해 틈(間_사이)을 만들다

도대체 작가는 《間 사이 잇다 Inter- active Space》 전시를 통해 어떻게 ‘흙’과 ‘불’의 견고한 두 축을 낯섦으로, 변주했는지 필자는 정말 짓궂을 정도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의 작품 하 나하나를 들여다보았다.

◦ 작품과 작품 사이의 틈 _ 작품과 작품 사이에 틈을 내었다. 작품 배경으로 세워진 뒤 벽면도 함께 틈을 벌렸고, 그 사이로 그 작품 탄생의 비화를 알리는 듯한 짤막한 영상이 작품과 오버랩 되어 비추고 있다. 

◦ 양구백토와 닥섬유 결합 _ 지역 재료인 양구백토와 닥섬유가 서로 엉기어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진 암반 같은 작품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물질성과 시간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거친 표면은 군상의 삶과 역사, 문화의 흔적을 담아낸다. 그 군상들은 어느새 사이로 비춰지는 빛을 타고 벽면 스크린에까지 형상의 흔적을 투영하고 있다. 

◦ 자연물을 변환한 장신구 _ 전시장 한쪽 가지런히 놓인 진열대 위, 양구의 자연물을 금속 장신구로 변환한 작품들은 작가의 실험 정신을 드러낸다. 이는 도예의 전통적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물질적 탐구로서, 관객들에게 생소함까지 자아내고 있다.

◦ 배초향의 활용 _ 전시장 곳곳에 배초향이 뿌려져 있다. 이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후각적 경험까지도 선사하며, 공간에 대한 몰입감을 한층 증폭시킨다. 배초향은 향이 강해 다른 풀들의 향기를 밀어낼 정도라고 하는데 이 향은 무엇을 밀어내고, 또 무엇을 잇는가?


「間」 양구재생백토, 수입천점토, DMZ점토 | 양구장작가마소성 | 2023


사진.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1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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