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예문화진흥 :역사적 소명을 다하는 즐거움
| 조희숙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산업진흥부장
1300년 전의 기원이 내게 오다
2009년 여름. 더운날이었다. 익산으로 가는 길은 약간의 설레임이 함께했다. 백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답시고 그곳에서 서너달을 보낸 기억도 새롭지만 1300년 전의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소식은 벅찬 흥분으로 다가온다. 급하게 마련한 전시장을 들어서자 한 중앙에 자리한 사리장엄구에 눈길이 머문다. 1300년 전 이름 모를 장인이 남긴 사리장엄구, 사리를 담은 그릇은 내호와 외호로 나뉘어져 있다. 당초문과 각종 문양을 정교하게 새긴 둥근 금제 사리함과 음각으로 새긴 금제 사리봉안기가 1300년 전의 역사를 훌쩍 뛰어넘어 내 곁에 있다.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어보는데 아크릴 보호막이 가로 막는다.
그것이 얼마나 깊은 염원이길래 천년의 세월을 넘어 내게 왔을까?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따라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진 외호와 내호의 사리함은 당당하고 유려하다. 기품있는 손맛, 그 즐거움을 행여 놓칠세라 자꾸 말을 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1300년의 세월을 넘고 넘어 내게 온 당신은 누구십니까?
지하철로 꼬박 1시간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우울하다는 생각을 몇 번 했던 것 같다. 우울하다기 보다는 무심하다는 표현이 맞는걸까? 누구라도 좋으니 눈을 마주치면 웃어주리라 다짐하건만 매번 마땅치 않다. 가방과 옷차림을 본다. ‘본다’라기 보다는 보여진다. 명품 가방은 유독 시선을 끈다. 적어도 절반은 명품가방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분들의 절반은 명품이 자기 취향일까? 어쩔 수 없이 옷차림과 가방이 개개인 취향의 상징일진대 우리에겐 자신만의 취향을 자신있게 연출하고 표현할 수 있는 문화적 감성이 아무래도 미흡하다. 모두와 다른 취향의 옷차림을 보면 개성있다는 시선보다는 독특하다는 표현이 압도적이다.
공예문화진흥?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진흥
“우리 한국인에겐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다” 이런 주장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유하다는 문화를 지니고 있으면서 지금,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누리고 있는지를 반문해본다. 더 정확한 표현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었다” 라는 과거 완료형이라는 것이 요즈음의 생각이다.
의식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서구화 되어가면서 대량으로 편리하게 전개되는 문화흐름은 이미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서로 존중하고 꽃피워 낼 여유를 허락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을 넘어 서고 있고 우리가 입은 옷, 우리가 먹는 음식 또한 이것이 우리 고유문화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예라는 영역을 굳이 가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기울여도 전통이든 현대든 그것이 예술이든 산업이든 어떻게든 포기할 수 없는건 그것의 ‘쓰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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