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달, 판타지를 열어놓는 달,
이정원의 유리작업
호박이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투명한 덩어리 속에 전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유리 덩어리 역시 호박처럼 자기 속에 화석을, 전설을, 기억을 보존할 수 있다.
그 자체로는 형태도 색깔도 없는 기억에 물질적 형상을 부여해 현재 위로 되불러올 수 있다. 그렇게 작가는 유리의 투명한 성질을 이용해 기억을 소환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정원 작가는 하나의 유기적인 덩어리 속에 불투명한 색유리와 투명한 유리를 대비시키는 것으로, 그리고 유리 덩어리를 부분적으로 갈아내 희뿌옇게 만드는 것으로 기억을 조형했다. 작품의 희뿌옇게 피막이 덮인 부분과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부분이 대비되는 것인데, 그대로 희미한 기억과 또렷한 기억이 비교되는 것을 표현했다. 희미한 기억과 또렷한 기억? 사실 모든 기억은 희미하다. 이처럼 희미한 기억을 또렷하게 드는 것은 욕망이다. 되새기고 싶은 기억은 부풀리고, 잊고 싶은 기억은 지우고, 부끄러운 기억은 각색하는 것이 욕망의 일이고, 그런 만큼 욕망이 기억을 희미하게도 또렷하게도 한다. 이처럼 유리를 소재로 한 작가의 작업은 투명한 유리를 통해 기억(그러므로 어쩌면 욕망)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무질서 속의 질서
그리고 작가는 블로잉 기법으로 속이 빈 기器 형태의 유리 조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표면에 색실과도 같은 중첩된 곡선의 패턴을 입혔다. 패턴이라고는 했지만, 중첩된 선들은 흐르는 것도 같고 분방한 것도 같다. 마치 기를 회전시키면 그 안쪽으로부터 회오리 바람이 일어나고, 그 한가운데로부터 선들이 생성되는 것처럼 보이고, 그 회오리를 따라 선들도 덩달아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정작 기는 멈춰 서 있는데, 선들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최소한 흐름을 암시하고 있다. 흐르던 기억의 여전한 관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유리 조형은 찻잔 속의 폭풍 같기도 하고, 정중동의 표상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표상을 작가는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자기의 한 본성으로서 카오스를 내장한 코스모스, 카오스를 예비하고 있는 코스모스가 결합 된 카오스모스로 나타난 존재의 이중성이며 양가성을 표상하는 것도 같다.
사진. 작가 제공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인기소식
- 1<2025 광주왕실국제도자심포지엄>
- 2<파리 아트 위크 Paris Art Week> 2025
- 3[소소담화49] 원데이클래스 그리고 무료 공예 체험의 득과 실
- 4경기생활도자미술관 협업 프로젝트와 ‘다음 도예’
- 5제13회 대한민국 옹기공모전_ 2026. 4. 10. ~4. 11.접수
- 6<2025 공예미래포럼 : 한국공예 교육 및 정책의 진단과 제안 >
- 7[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59] 백자 동화 모란무늬 각병 白磁銅畵牡丹紋角甁
- 8부산광역시 공예명장_ 이젠 사유의 고통을 지나 자유롭게 펼친 전수걸 항아리의 매력
- 9지유선_ 삶을 빚는 손, 일상을 수용하는 마음
- 10최홍선_ 기미의 순간 그리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 (someth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