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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월호 | 칼럼/학술 ]

[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52] 분청사기 박지 연못풍경무늬 편병 粉靑沙器剝地蓮池紋扁甁
  • 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 문화유산 평론가
  • 등록 2025-07-07 12: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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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분청사기 박지 연못풍경무늬 편병」 조선시대

 | 높이 19cm, 입지름 4cm, 바닥굽지름 9.5cm


조선시대 분청사기 제작기법 중에 박지기법剝地技法은 물레로 성형한 도자기의 몸통 전체에 백토를 두껍게 바른 다음에 무늬를 그리고 그림 바탕면의 백토를 긁어내어 백토 부분인 그림과 긁어낸 바탕의 회흑색 태토 부분이 대비되어 몸통에 그려진 그림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게 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몸통에 그려진 무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로 인하여 극대화된 추상감을 느끼게 해주며 추상적인 모란무늬, 연꽃무늬 등에 주로 사용되어 도자기 몸통 그림의 적은 부분을 긁어내도 꽉 찬 무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박지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는 몸통 전체에 식물무늬를 넣은 경우가 많으며 조화 기법彫花技法과 함께 사용된다. 사진10)



이에 반하여, 무늬보다 바탕면을 더 넓게 긁어내어 백토 부분인 몸통의 무늬를 강조하는 매우 희소한 사례의 박지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가 사진1의 「분청사기 박지 연못풍경 무늬 편병」이다. 이 유물은 매우 희귀한 박지기법의 사례로 예술성 또한 높은 작품이다. 몸통의 형태는 양면이 평편한 편병의 모양으로 공모양의 몸통을 성형한 후에 양쪽 면을 누르거나 두들겨서 납작하게 만들었다. 조선 초기부터 도자기로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한 편병은 이동하여 사용하기 수월한 형태로 야외에서 술이나 물 등 액체를 운반할 때 편리한 형태이다. 사진2)


사진2) 뒷면 무늬


이 편병 몸통의 넓은 양쪽 면은 연못의 풍경을 그렸는데 연못 속을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와 물 위로 피어오른 연꽃과 꽃봉오리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물 위로 떠오른 넓은 연잎 위에 앉아있는 개구리의 표현은 우리 나라 도자기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특별한 사례로 이 유물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11)

한가로운 여름날의 시골 연못 풍경을 사기장의 감성 그대로 표현하였고 몸통의 양면에 그려진 물고기는 통통한 것과 날렵하게 생긴 것으로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다. 연못 물속의 세계와 물 밖의 세계를 한 공간에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물고기와 개구리의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날, 시골의 연못 풍경을 조선시대 사기장이 감성 그대로 표현하여 도식화되지 않은 창작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순수한 자연 미감이 느껴지는 유물이다.


사진11) 연잎 위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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