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1. ~6. 30. 갤러리 로얄
환상적인 만찬, 공예로 펼쳐지다
전시《(A) Banquet : 한여름 밤의 만찬》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쑥 떠오르는 마법 같은 순간에 일상과 공예를 겹쳐 놓는다. 봄에서 여름으로, 낮에서 밤으로, 현실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경사로와 같다.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 어느새 그 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나 그 길 위에는 늘 변화와 경계의 표식이 숨어 있으며, 그것들은 우리를 조용히 환영하고 이끄는 문이 된다.
기획자 이혜진은 새로운 절기를 알리는 새싹처럼 살며시 일상을 예술로 이끌고자 한다. 그는 이 전시를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계절이 바뀌어 바람의 온도가 달라지는 순간들, 취향에 꼭 맞는 샴페인을 찾았을 때, 스스로를 위한 축배를 들 수 있는 순간을 만끽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작고 환상적인 순간들을 공예로써 축하하려는 시도다.
나무, 유리, 금속, 도자 등 각기 다른 재료를 중심으로 공예의 확장성과 감각을 탐구하는 여섯 명의 작가가 하나의 만찬을 차린다. 그들의 작품은 재료 고유의 물성과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의 시선과 몸짓에 따라 반응하며 매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반짝이고 일렁이며, 유연하고 거친 조형들이 어우러진 꿈결 같은 풍경 속에서, 관객은 저마다의 만찬을, 자신만의 ‘한여름 밤’을 마주하게 된다.

안나리사
유리블로잉을 주요 기법으로 삼는다. 그녀의 작업 속 한국의 풍경과 색채는 핀란드 자연의 기억과 겹쳐지며 유리 속에 스며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하수에로 왕의 호화로운 연회에서 영감을 얻은 금잔을 모티브로 삼아, 유리의 예측 불가능한 물성을 통해 다양성 속의 조화를 탐색한다.

「stand&dome green frost」 glass ⓒAnnaliisa Alastalo

이혜미
자기에 은을 입히는 기법을 통해 시간에 대한 경외를 표현한다. 조형을 만들고 굽고, 은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탄생한 작품은 달을 모티브로 한다. 흙이라는 시간의 재료에 기원을 담아, 작가는 우리의 공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전환시키고, 그 안에서 달을 띄운다. 보는 이가 달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안녕을 기도할 수 있도록.

「Bowl centerpiece」 세라믹 또는 혼합재료

주소원
생生의 순환에 천착해온 작가다. 은을 재료로 자연의 생장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꽃의 암술과 누에고치를 형상화한 샹들리에, 나뭇잎 촛대, 고치 껍데기 조각은 자연의 순간을 일상 사물로 변주하며, 우리 삶의 덧없음과 그 안의 아름다움을 반추하게 만든다.

「마카롱 트레이」 sterling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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