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음악을 앨범 단위가 아닌, 트랙 단위 혹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소비하는 것이 익숙하다. 좋아하는 곡만 골라 듣고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음악을 듣는다. 대신 음반 기획사들은 싱글이나 EP(미니앨범)을 발매한다. 이스트리밍 기반의 음원 소비 방식이 대세다. 1-2곡의 히트곡만 바이럴 되던 백화점식 앨범은 K-POP이 대세인 시장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앨범은 국내 산업을 넘어 세계의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거대한 K-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형편에도, 가성비·가심비를 중시하는 시대 유행에도 맞지 않다. 의도적으로 대중에 의한 온라인 전파력, 바이럴을 노리기 때문에 훅hook과 안무 챌린지를 염두에 둔 가벼운 음악을 주로 생산하고, 소비되고, 사라진다.
공예계 창작과 소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수의 앨범에 비견하는 공예가의 창작은 개인전이다. 개인전은 자기 작품을 온전히 내 보이는, 그야말로 작가의 재기와 창작 이력, 생각, 삶 등이 모두 ‘발가 벗겨지는’ 과정이다.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주제, 생각과 내면, 방법을 밀도 있게 바라볼 수 있다 는 점에서 개인전은 여타의 전시들과 무게와 의미를 달리한다.
과거 개인전은 기획부터 판매까지 작가들의 원맨쇼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개인전 기획 주체가 갤러리로 옮겨졌다. 비싼 임대료 탓에 인사동을 위시로 대관 전문 전시 공간들이 대거 문을 닫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갤러리 중심으로 시장에서 상업성과 인지도가 검증된 우수작가를 내세우며 초대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전시를 열기까지 작가가 신경 써야 할 제반 사항과 기획 등을 갤러리가 도맡고 작가 및 작품성의 가치를 띄우며 방문객과 컬렉터들을 모아 판매까지 해주니, 작가들은 부담이 줄고 예술 시장의 파이는 커지고 고급화하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명明만 있고 암暗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시장의 선택을 받은 자와 대관이라도 해야 전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작가들 간 명암과 희비가 극명해졌다. 매년 물가는 오르는데 대관 가능한 전시 장소마저 사라지면서, 현재 미술계의 개인전은 첫째, 작가 혹은 갤러리가 기관의 창작지원 기금을 수주받거나 전시지원 공모에 뽑히는 경우, 둘째, 갤러리의 초대작가가 되지 않으면 개인전으로 나뉜다. 초대전의 경우, 전시의 주제, 작품에 대해 작가에게 많은 양해와 재량권을 주는 것 같지만 갤러리 강제가 없더라도 작가 자신도 상업성과 갤러리를 향한 인간적 미안함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갈수록 개인전에서 작가들이 진짜 하 고 싶은 작업, 방향을 읽거나 주제 아래 작품과 동선이 일맥상통하는 완결성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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