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3. ~10. 3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52동 로비 갤러리

나의 작업은 여러 겹의 흙층이 쌓여 완성된다. 흙겹이 쌓일수록 기물의 표면이 변화하며 깊이가 스며든다. 그러나 소성하기 전에는 흙층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작품마다 바닥면에 매겹 사용한 흙의 양과 순서를 숫자로 기록했다. 30-20-30-10은 그 기록이다. 각 숫자는 한 겹을 형성하는 흙 혹은 흙물의 양이다. 수치는 작업 데이터일뿐만 아니라, 흙을 쌓아간 흔적이자 반복의 행위를 표명하는 기호다. 흙겹이 쌓이는 과정은 기록이 되고, 기록을 거듭하며 흙이라는 재료의 물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쌓인 흙겹을 통해 물질이 지나온 흔적과 층의 깊이를 보여주고자 했다.
글⬝사진.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