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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월호 | 특집 ]

[특집II] 2025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 현장
  • 최리지
  • 등록 2025-12-01 14: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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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 ~2026. 2. 1. 

로스코미술관ROTHKO MUSEUM, 다우가프필스, 라트비아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는 더 이상 ‘작은 나라의 작은 축제’가 아니다. 발트해 연안의 소도시에서 출발했지만, 불과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세계 도예계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작은 규모에서 비롯된 진정성과 국경을 넘는 연대로 빚어진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는 이제 ‘도예의 미래를 모색하는 실험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대륙에서 모여든 수백 명의 작가와 국제기관들의 협력은, 도예가 단순한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예술의 장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성장의 궤적은 2025년 가을, 라트비아 다우가프필스에 위치한 로스코미술관에서 더욱 또렷해졌다. 비엔날레의 심장부인 ‘마르틴손스 어워드’가 새 시즌의 개막을 알리며 국제와 국내 부문 모두에서 신예와 거장, 실험과 전통을 한 무대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올해 주제는 흙의 물성과 상상력의 확장을 동시에 겨냥했고, 유럽 전역에 이르는 협업은 도예계의 풍부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비엔날레가 어떻게 국제적 신뢰와 규모, 기획의 밀도로 국제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지, 그 현장을 살펴보자. 


2025 마르틴손스 어워드 시상식


1. 《2025 마르틴손스 어워드》

지난 9월 라트비아 다우가프필스의 로스코미술관에서 가을을 맞아 준비된 기획전시들과 함께 ‘2025 마르틴손스 어워드’의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전 세계 약 1,000점의 출품작 가운데, 국제부문은 폴란드 출신의 작가 다리아 코발레프스카Daria Kowalewska(폴란드)와 라트비아 국내부문은 이네세 브란츠Inese Brants(라트비아), 릴리야 제일랴Lilija Zeiļa(라트비아)가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마르틴손스 어워드는 라트비아의 걸출한 도예가이자 교육자인 페테리스 마르틴손스Pēteris Martinsons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2016년 창설된 이래 유럽 현대 도예계에서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이 비엔날레는 매회 규모와 작품성, 독창적인 기획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높여왔다.

올해에는 69개국에서 총 941점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이 가운데 30개국 80점을 최종 전시작으로 엄선했다. 이 중 23점은 라트비아 작가들의 작품이다. 올해 주제는 《스타더스트에서 무성한 새싹으로 From Stardust to Lush Sprouts》로 정교한 기법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드러내는 작품부터 흙의 물성을 실험적으로 탐구한 작품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도예의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국제 부문에서는 폴란드의 다리아 코발레프스카Daria Kowalewska가 금상을 차지했고, 은상은 한나 미아즈베제바Hanna Miadzvedzeva(폴란드)와 김현진(대한민국)에게 돌아갔다. 또한 구글리 엘모 마지니Guglielmo Maggini(이탈리아)와 미하우 제스와프스키Michał Żesławski(폴란드)가 입선과 함께 비엔날레 레지던시Ceramics Laboratory 참여의 기회를 얻었다. 기미에 이노Kimie Ino(브라질), 발다스 쿠르클리에티스Valdas Kurklietis(리투아니아/스웨덴), 에글레 에이니키테-나르케비치에네Eglė Einikytė-Narkevičienė(리투아니아) 역시 입선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부문 금상은 릴리야 제일랴Lilija Zeiļa와 이네세 브란츠Inese Brants가 공동 수상했으며, 엘리나 티타네Elīna Titāne는 입선과 레지던시상을, 아가테 칼체나우아Agate Kalcenaua와 라이마 라우리냐Laima Lauriņa는 입선과 함께 대학원생들에게 수여되는 Keramserviss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한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김리우, 본솔린, 윤효정, 김현진 등이 본선에 진출하여 전시 참여 기회를 얻은데 이어, 김현진 작가는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국제부문 은상 김현진(한국)「Kümmel #14」 2025



2. 기억의 파편으로 빚은 사적인 우주

밀레나 피르슈텔리엔에 《MATCHSTICK IN THE SAND_모래 속의 성냥개비》

9. 5. ~2026. 2. 1. 로스코미술관, 다우가프필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출신의 작가 밀레나 피르슈텔리엔에Milena Pirštelienė의 개인전은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그는 화려한 형태를 내려놓고, 단일한 오브제와 드로잉의 결합을 통해 ‘멈춤의 순간’을 포착한다. ‘모래 속의 성냥개비’와 같은 작품들은 일상의 사소한 물건—헤어핀, 오래된 안경테, 금 간 보도블록—을 통해 관람객들을 망각과 회상의 경계에 서게 한다. 관람객은 그 사소한 흔적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디테일을 친밀하고 내밀한 이야기로 변모시키는지를 경험한다. 피르슈텔리엔에는 2023년 마르틴손스 어워드 국제부문 금상을 수상하며 이미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각인시킨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왜 ‘일상 속 미시적 서사의 탐구자’로 불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3. 경계의 존재들

사니타 아벨리테 《CREATURES_생명들》 

9. 5. ~11. 23. 로스코미술관 마르틴손스 하우스, 다우가프필스, 라트비아

라트비아의 사니타 아벨리테Sanita Ābelīte가 선보이는 개인전 《Creatures》는 제목 그대로 다양한 존재들의 집합체다. 숲과 들의 짐승, 신화 속 혼종,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명력의 무대’를 만든다.

아벨리테는 2023년 마르틴손스 어워드 국내부문 금상 수상자로서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트비아 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빚어낸 생물들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창조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다른 존재’를 만들어내는 근원적 욕망의 은유로 읽힌다. 전시장은 새로운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으며, 관람객은 그 속에서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 Didzis Grodz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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