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라트비아는 오늘날 현대도예의 실험정신이 가장 활발히 교차하는 현장이 되었다. 2016년 시작된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는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며 유럽 도자예술의 흐름을 새롭게 열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동유럽의 역사적 기억, 재료에 대한 탐구, 그리고 예술로서의 흙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담론의 장이다. 본지에서는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의 정체성과 주요 전시 및 수상작, 수상자 인터뷰를 통해 라트비아 도예의 현재를 조명한다. 전통과 실험, 장인정신과 예술적 개념이 맞물리는 그들의 현장을 따라가며, 도자의 미래를 향한 유럽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국제무대로 도약하는 젊은 비엔날레
A YOUNG BIENNALE WITH GLOBAL REACH
1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는 대담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북유럽 동시대 도자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2015년 라트비아의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이 기획한 이 비엔날레는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지역 문화에 깊게 뿌리내린 라트비아의 도자 전통이 더 넓은 무대를 필요로 한다는 인식에서 탄생했다.
비엔날레의 중심에는 페테리스 마르틴손스(Pēteris Martinsons, 1931-2013)의 이름을 딴 마르틴손스 어워드가 있다. 그는 ‘현대 라트비아 도자’의 아버지로 널리 평가받는다. 건축을 전공한 마르틴손스는 1960년대 흙으로 전향해 유머, 아이러니, 철학적 깊이가 배어 있는 대담한 조형도자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유럽, 미국, 아시아의 여러 유수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 인정을 받은 최초의 라트비아 도예가로 남아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상의 제정은 헌사이자 선언이었다.
출범 때부터 비엔날레는 단순히 공모전을 통한 경합의 장이 아니라 ‘대화’로 기획됐다. 국제 관객에게 라트비아 도자를 소개하는 동시에, 라트비아 관객이 세계 도자 예술의 풍부함을 마주하는 장. 이 ‘양방향 교류’가 지금까지도 비엔날레의 핵심 원칙이다.

2023 마르틴손스 어워드 전시 전경
2021 마르틴손스 어워드 전시 전경
뿌리에서 새로움으로
FROM ROOTS TO RENEWAL
라트비아의 도자 전통은 수 세기에 걸쳐 이어져 왔다. 특히 동부 지역 라트갈레Latgale의 민속 도기는 독특한 유약과 소성 기법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동시대 작가들은 매체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세대별로도 역사적 변화가 반영된다. 소련 시기에 교육받은 기성세대는 엄격한 아카데믹 훈련을 받았지만 형식주의적 관점을 유지한 경우가 많았다. 과도기 세대는 때로 상업적 흐름에 기울었다. 반면 가장 젊은 세대는 자신감 있고 실험적이며 세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전통과 동시대적 실천을 유연하게 결합한다. 비엔날레는 이러한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며 라트비아 작가들에게 국제적 노출을 제공했고, 지역 전반의 예술적 기준을 끌어올렸다.

발트 도자를 조망한 《Creo Ergo Sum》 전시 전경, 국립 리가 장식미술·디자인미술관, 2019
혁신과 확장
INNOVATIONS AND EXPANSIONS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는 매 회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며 예술적 스펙트럼과 국제적 파급력을 넓혀 왔다. 2016년 1회는 마르틴손스와 그의 동시대인, 이른바 ‘키프살라Ķīpsala 도자 세대’1) 의 유산을 조명하는 전시와 함께 마르틴손스 공모전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 동시대 도자에 초점을 맞추어 발트 지역 간 대화와 교류를 심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23년부터는 대규모 국제 교류전이 더해졌다. 리가 아트 스페이스Riga Art Space에서는 아베 이루 비엔날레와 협력해 포르투갈 동시대 도자를 소개했고, 국립 리가 장식미술·디자인미술관Museum of Decorative Arts and Design에서는 경기도자미술관과 협력해 한국 동시대 도자를 선보였다. 2025년에는 신진 작가전인 《FRESH: New Voices in Latvian Ceramics》를 출범시켰다. 향후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의 젊은 도예가들을 아우르는 《Baltic Fresh》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면 국제 공모로 발전시켜 차세대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비엔날레는 라트비아 전 지역에 걸쳐 열린다. 다우가프필스의 로스코미술관과 라트비아 현대도자센터가 핵심 거점이지만, 리가와 라트비아 각지에 서도 병행 행사가 열려 전국적 파급력을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향후 다른 발트 국가의 전시 기관과의 협업도 모색 중이다.
비엔날레 기간 중 진행된 연계행사들도 주목해 볼 만하다. 2019년 리가에서는 발트 도자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 《Creo Ergo Sum》이 열렸다. 국제적으로는 라트비아 및 발트 도자가 헝가리, 루마니아, 한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에서 소개되었고, 앞으로 벨기에에서의 전시도 예정되어 있다. 2025년과 2027년 비엔날레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행사로서 라트비아 현대도자센터는 MIC 파엔차MIC Faenza와 협력해 이탈리아 동시대 도자전(클라우디아 카살리Claudia Casali 관장 기획 참여)을 리가 장식미술·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는 비엔날레의 연속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안전한 지평선_발트현대도예》 전시 전경, 경기생활도자미술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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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Riga) 내의 작은 섬인 키프살라(Ķīpsala)는 1945년, 라트갈레(Latgale) 출신의 기성 도예가 스타니슬라브스 칼바(Staņislavs Kaļva)가 이 지역에 정착해 오래된 가옥 가운데 한 곳에 작업실을 열면서 ‘흙의 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1951년에는 발라스타 담비스 34번지(Balasta Dambis 34)의 옛 생선 염장 공장으로 옮겼고, 그의 라트갈레 뿌리를 반영해 그곳은 ‘라트갈레 도자 스튜디오’로 불렸다. 1954년에는 통합 ‘예술 콤비나트(Art Plant, 당시 국가 예술 생산 조직)’의 창작 생산 부서 가운데 하나로 편입되었다. 그 뒤 명칭과 지위가 여러 차례 바뀌고 외형적 변화도 컸다. 더 넓은 새 작업 공간과 자체 전시장을 갖추게 되었고, 명칭도 ‘키프살라 도자(Ķīpsala Ceramics)’로 자리 잡았다. 1964년에는 점차 대량생산을 내려놓고 창작 중심으로 전환했고, 이때 합류한 새로운 세대의 도예가들은 라트비아 동시대 도예의 기존 경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스튜디오는 젊은 도예가들을 위한 비공식 ‘국립 아카데미’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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