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폴란드 브로츠와프 예술대학에 한국의 전통 통가마가 세워졌다. 이는 한국 아르코와 브로츠와프 예술대학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문화 교류의 성과로, 이후 매년 국제 워크숍과 학생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통가마 장작 소성 워크숍이 열리며, 한국과 폴란드 간의 예술적 협력과 도자 문화의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폴란드 여러 지역에 새로운 가마들이 세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전통 도자기 소성의 기술과 철학이 점차 확산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도예가 김대웅과 폴란드의 예술가 토맥 니에쥽카는 브로츠와프 근처의 CERAMSUS 벽돌 공장에서 새로운 통가마를 세우고, 지난 3년간 국제 통가마 워크숍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워크숍은 각국의 예술가들이 모여 통가마를 중심으로 도자기 소성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이다.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통가마의 소성 과정을 통해 예술가의 태도와 철학을 재발견하고 이를 현대 예술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토맥 니에쥽카가 전통 통가마를 어떻게 예술적 철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공동체적 가치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어떻게 탐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의 통가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폴란드에서 통가마 문화는 2001년경 양승호 도예가의 심포 지엄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카데미의 교수를 만 났고, 그 후 몇 년간 학생들이 프랑스에 있는 양승호 작가의 작업실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었죠. 저 역시 그곳에서 처음으로 통가마를 접하게 되었고, 이 경험이 현재의 예술철학을 형성 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Michał Puszczyński가 김대웅 도예가를 초청해 브로 츠와프 아카데미의 외부 창작 센터에 가마를 축요했어요. 이 큰 가마는 그 이후로 학생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고요. 김대웅 작가가 폴란드를 떠난 직후, 그는 폴란드-한국 심포지엄을 조직하고, 우리를 한국으로 초대해 교류를 가졌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동료 작가들은 어떤 분들이 있었나요?
올해 심포지엄의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예술가들이었습니다. 몇 년 전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만난 루치아 스트라 스네로바입니다. 저는 그녀와 4년 전에 이 가마를 함께 지었고, 그 녀는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벽돌 공장 노동자들과도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안제이 베로는 폴란드의 다완 제작의 대가입니다. 오래전 우리는 그가 이런 소성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모니카 파투신스카는 또 다른 폴란드 예술가로, 디자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장작 가마 소성은 특히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작업하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심온 오신스키는 참가자 중 가장 젊고, 동시에 2년 째 통가마 소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는 관찰자로서 Hi8 비디오 카세트로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아이노 네벨은 오랜 세월 동안 도자 작업을 해온 독일의 조각 예술가 입니다. 산드라 수아레스 차차포야스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페루 출신의 예술가입니다. 1년 전 아이 노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우리가 친구가 되었고, 저는 그녀를 이번 행사에 초대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지구를 조각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손아 박은 한국 출신으로, 심온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그래픽과 사진을 다루는 융합 예술가입니다. 4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도자 작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김대웅은 한국 출신의 예술가로, 통가마 소성의 대가이며, 이번 행사에서 가마를 축로하기 위해 초대되었습니다. 가마에는 AITO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부여되었습니다.
폴란드의 CERAMSUS 벽돌 공장에서 통가마 행사가 3년 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다른 장작 가마 경험과 비교했을 때 이 행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행사는 주최자인 CERAMSUS 벽돌 공장이 장소와 기술 지원을 제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진행됩니다. CERAMSUS는 독특한 벽돌 공장으로, 여전히 석탄을 사용하는 호프만 가마를 가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생산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 습니다. 소수의 근무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이곳의 노동자들과 친구가 되었죠. 그들은 종종 토공 작업 등을 도와주며, 매년 우리가 오는 것을 기다려요. 이곳에 오면 항상 따뜻한 환영을 받는 느낌을 받죠.
ERAMSUS는 강변의 자연보호구역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는 점토 광산도 있어서 우리는 이 점토를 사용해요.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 모임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죠. 벽돌 공장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분위기는 참가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점토 작품이 놓인 장소에 불을 지피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의식입니다.
이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그 자체가 일종의 종교적 의식을 지닌 듯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 니다. 이곳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분위기는 참가 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모든 과정이 통가마 소성에 귀결되죠. 개인적인 감정일 수도 있지만, 운영 중인 벽돌 공장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경험은 마치 우리가 올바른 장소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게 합니다.
종교적 의식이요?
통가마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져요. 이 가마는 부분적으로 땅에 묻혀 있고, 흙으로 덮여 있으며, 돌로 보강되어 있습니다. 내부 구조는 아치형 천장으로 되어 있어, 마치 신성한 장소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돼요. 이는 고대의 기억, 즉 동굴이나 굴에 들어가는 경험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점토 작품들이 놓인 장소에 불을 지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이 되는 거예요.
그것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통가마는 단순한 열원을 넘어 에너지의 흐름을 만들어내며,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건축물 자체가 매우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해요. 통가마와의 관계를 통해 나는 1인칭 관점에서 벗어나 내 생각을 정화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통가마의 존재는 내 작업의 중심이자 영감을 주는 원천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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