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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월호 | 전시리뷰 ]

김재용《Run Donut Run》_2025.2.26.~4.5.
  • 조새미 홍익대학교 초빙교수
  • 등록 2025-04-30 17:03:05
  • 수정 2025-04-30 17: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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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6. ~4. 5. 학고재   


도넛, 욕망을 비추는 거울


전시 공간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도넛 조각의 풍경은 현대 소비사회의 축소판이자 귀환을 기다리는 자화상이다. 김재용의 도넛은 순수한 감각적 유희의 대상이자 욕망을 반영하는 기호일 뿐 아니라 응원이라는 메시지이다. 김재용은 디지털 기술과 수공예적 접근 방식을 혼합해 독자적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손수 제작 하고 개별적으로 채색하며, 각각에 독창성을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대량 생산의 익명성과 소비의 일회성을 거부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량 생산과 희소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역설적 구조를 드러내며, 도넛이 단순한 소비의 기호가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든다. 

그의 도넛은 “한없이 낙천적인 광택” 1)을 지닌 채 관람객을 유혹하며, 시각적 유혹과 촉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펼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소비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트로피이자 자기 응원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김재용의 도넛은 경쟁 속에서 상실된 자기 성찰과 내면의 응원을 희구 하는 오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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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 포스터, 조주연 옮김, 『소극 다음은 무엇? 결괴의 시대, 미술과 비평』, 워크룸, 2022, p. 74.


「수고했어! You Did Well!」 197×600×130cm | Stainless steel, mirror finish | 2021-2023


도넛과 트로피 

도넛의 달콤함은 맛이 아니라 빛나는 표면을 통해 전달된다. 이러한 표면은 거울처럼 반사되며 감각을 자극한다. 크롬 도넛 연작 「You Did Well Donut」(2021~2023)의 광택은 감각적 즐거움과 유희적 경험을 제안한다. 

빛나는 트로피를 닮은 표면은 도넛의 실재감을 비현실적으로 변형시키며, 관객에게 익숙한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이 작업은 서로서로 비추는 상황을 통해 경쟁과 욕망의 과잉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했다. 서른여 점의 기둥 위에 위치한 다양한 도넛을 제시하는 이 작업은 성공 의 상징과 물질적 욕망의 관계도 반영 한다. 이는 각 도넛이 연속적인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관객이 그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전시 공간에서 더욱 강화된다. 공간 속의 도넛은 주변 공간과 관객을 반사하며, 관객과 공간의 상호작용과 감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You Did Well Donut」은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일그러진 자화상이 된다. 거울은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도구이자,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매개체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의 거울 단계mirror stage 이론은 인간이 거울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지만, 그 자아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재용의 도넛 작품들은 이러한 거울 단계의 함의를 반영하며, 반사되는 표면을 통해 관객이 자신에게 직면하도록 한다. 빛나는 조각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누구인지 되묻는 욕망의 거울이 된다. 


「벌거벗은 도넛 Donut be Naked」 40×13×12cm | Ceramics, under glaze, glaze, crystals | 2018-2022


도넛, 달콤한 문

「Sweet Knowledge」(2025)는 중앙 갤러리 벽면 전체를 채운 설치 작업으로 관객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 작업은 마치 도서관의 책장처럼 배열되어 있으 며, 무한히 축적되는 디지털 정보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지식과 쾌락이 어떻게 혼재되는지도 시각화한다. 이 작업은 반복과 과잉의 시각적 스펙터클을 형성하며, 화려한 색채의 배열과 끝없는 리듬을 통해 관객을 압도한다. 작가는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작업을 멈춘다고 말하는데2) 이는 감각적 과잉의 경계를 실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Sweet Knowledge」는 문門이라는 전환의 은유를 통해 관객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캔버스가 회전 하면 숨겨진 공간이 드러날 것 같은 구성을 통해 차원 이동의 상징을 구현했다. 이는 영화 <매트릭스 2: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2003)에서 주인공 네오가 소스Source로 통하는 문을 찾아야 하는 상황 또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 はどう生きるか>(2023)에서 마호토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문을 찾는 상황과 유사하다. 이 작업은 내면을 탐색하는 통로,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갈 가정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제시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작가가 스프링클스 또는 도넛의 색의 배열로 캔버스를 채운 이유는 무엇일까? 도넛, 케이크 같은 달콤함을 상징하는 모티프는 동시대 미술과 영화 등 창작의 영역에서 부와 권력, 삶의 유한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소멸할 운명에 놓인 유한한 쾌락을 상징 한다. 작가는 도넛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감각적 유혹과 허무, 욕망과 과잉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바니타스Vanitas와도 맞닿아 있는데, 김재용의 작업은 “세속적인 빛을 내뿜으며 시선을 욕망하는 응시의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정물화와 닮았다.3) 다만 정물화의 방식이 아니라 팝아트적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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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재용 작가 인터뷰, 하남 작업실, 2025년 1월 13일, 인터뷰: 조새미

3) “바니타스 회화는 인간은 필멸의 존재이며 죽음 앞에서는 부귀영화와 쾌락이 부질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반면에 사치품 모티프를 통해 소유욕과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이기도 했다.” 조새미, ‘이방인의 심리학’ (김재용 개인전 평문) in: 김재용, 『도넛 피어, Donut Fear』, 학고재, 2020, pp. 7-25, p. 10.


「특별한 하얀 도너츠」 170×170×13cm | FRP, urethane paint, acrylic paint, resin, crystals | 2025



* 이 글은 전시 평문 「도넛, 욕망을 비추는 거울 – 김재용의 《Run Donut Run》」에 기초한다.


사진.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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