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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월호 | 칼럼/학술 ]

[에세이 ESSAY 4] 그릇이 된 생각들_1인人 밥솥「사름」
  • 이현배 옹기장이
  • 등록 2025-05-02 1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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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은 도작稻作문화에서 이양으로 모를 옮겨 땅 냄새를 맡다가 심은 지 4~5일쯤 지나 완전히 뿌리를 내려 파랗게 생기를 띠는 일,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사람을 ‘사름’이라 한다. 농사꾼 못된 옹기장이로 이 사람에게는 옹기몸흙의 생감을 사름에서 느끼게 되며, 또 가을 추수가 끝나고서도 그 밑동에서 다시 그 ‘사름’을 보이는 것에 삶의 완결성을 학습하면서 좋아하는 말이 되었다.


1인人 밥솥 「사름」 15×10cm


‘사름’을 글말로 찾은 것은 1993년 봄이었다. 4월 5일 이사를 와 살림집 자리를 잡고서 가마 지을 흙을 찾느라 사방군데로 눈을 두게 되었다. 논밭에 작물이 들어가던 때라 흙이 보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모내기를 마친 마/령/평/야의 색감이 크게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 옛사람들이 분명 이것을 뭐라도 했을 것이다 싶어 찾아보니 ‘사름’이었다. “흙이 하도 찰져서 평지 큰 애기가 시집을 가면 3년이 되어야 발가락이 펴진다”(박정임 1923~2020)는 입말도 배웠다.

질그릇의 탄생이 신석기문명의 전개, 농경문화를 표징 하듯이 옹기몸흙은 도작稻作문화와 함께 한다. 옹기몸흙이 땅그릇 역할을 하여 물을 이용하는 벼농사(논畓, 물이 있는 밭)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여 크기로는 평야라는 말이 무색하기만 한 무진장 산골인 진안고원(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에서 농경문화의 터전으로 그나마 최적이었기에 ‘마령평야’라는 말을 얻었다. 그 옹기몸흙 위의 논에서 나는 쌀의 우수성을 “나매기(남악南岳의 방언) 쌀을 먹으면 송장도 무겁당게”라고 한다. 그러나 쌀의 가치 하락으로 다른 작물로 전환이 어렵다며 오히려 원망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 그 땅, 그 흙으로 형성된 옹기점에서 일을 꾸렸기에 옹기장이 자격으로 그 ‘사름’을 담으리라 해왔다. 2017년, 사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마침 디자인하우스로부터 쌀소믈리에 개념의 밥집을 위한 1인 밥솥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화재로 엉클어진 작업장을 복구해야 했기에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2020년, 곡물집의 곡물 경험 워크숍이 계기가 되어「사름」을 짓게 되었다. 줄곧 일을 익히는 친구들에게 자기 자신을 ‘첫 번째 손님’으로 두고 그릇을 발상해 보라고 해왔는데 「사름」으로 첫 번째 손님이 되어 밥을 짓는다. 


『세종실록』 도기소자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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