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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월호 | 작가 리뷰 ]

김문경_ 정물에 담긴 인간의 모습, 삶의 의미
  • 이민희 기자
  • 등록 2025-05-07 12: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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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문경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도예전공으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예닮도예에서 4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05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100회 이상의 그룹전에 작품을 출품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이천 한국도자재단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와 명지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사과’ 작가라 불리지만 김문경 작가가 의도한 적은 없었다. 사과를 소재로 한 작품은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일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깊숙이 숨겨 놓은 욕망도 엿볼 수 있는 작가의 ‘사과’는 보는 이를 웃고 울리며 그 속에서 각자의 삶을 발견하게 한다.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에서 사람들은 각각의 나를 찾는다. 김문경 작가는 그렇게 세상과 소통한다.


「Deformation Apple-가시사과」 35×35×25cm I ceramic, 스텐, 백자토 흙물, 반복소성 I 2010


흙으로 만드는 영원함 

김문경 작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정물에 서사를 담아 작업 한다. 대표적인 소재는 식물이다. 작가는 식물을 관찰하다 그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우리의 삶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흙에서 나온 식물은 살아있다가 결국 다 썩어 없어져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식물을 표현하기에 흙만큼 적합한 소재가 없다고 생각한 작가는 사라진 것들을 다시 흙으로 만들어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과도 그중 하나다. 대학교 4학년 때 책상 위에 놓여진 먹다 만 사과가 방황하던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해 사과로 스스로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상을 담고 있는 정물 소재인 사과는 누가 봐도 예쁘지만 작가는 사과를 바라보며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정을 담았다. 사과에 큐빅을 박아 화려한 모습을 표현 하기도 하고, 사과 내부에 가시를 개입시켜 안과 밖의 이중성을 극대화해 기이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의인화된 식물은 인간의 모습을 투영해 다양한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때부터 식물 작업은 평면,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빌려 이어져 왔다. 작가의 작품은 공중에 떠 있거나 엉뚱한 곳에 놓여 있어 마치 외로운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 내면의 공허함, 불안함, 외로움이 식물 소재 작업의 시작점이 됐다. 작가는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누구보다 밝게 자랐지만 뭔가 해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작업을 끝낸 뒤의 공허함이 항상 있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은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되고, 관객들은 작가의 작품에 공감했다. 식물과 사물을 혼재시키고 변이, 기형화하는 변형 기법을 통해 작가는 삶의 왜곡된 현상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지치고 공허하지만 또 반짝반짝 빛나기도 하는 삶의 요소가 모두 담겨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POP-apple시리즈」 화장토, 채색, 코발트, 골드, 유약 반복 소성 I 2024


예술은 고통을 전달하지 않는다

식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던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밝고 친근해진다. 초대전 《Happening》에서는 항아리, 주전자, 과일, 야채, 장난감 등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결합되고 조합되어 화병의 꽃들처럼 그럴싸하고 화려하게 조화를 이룬다. 최근의 개인전인 《A…..pple》에서는 팝아트와 결합해 작가가 재미있게 본 만화와 좋아하는 캐릭터, 오래된 문양을 위트 있게 변형해 작품에 넣었다. 오랫 동안 조형작품을 해 오던 작가는 작품에 도자의 장점을 넣고 싶어 컵과 화병을 만들었다. 오브제의 느낌도 있지만 쓰임도 있고, 개인에 따라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연출할 수도 있는 점도 염두에 두고 확장된 개념으로 작업했다. 화병은 평면과 입체의 오묘한 경계를 넘나든다. 작가는 평면이 합쳐져 생긴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두고 작업했다. 작가는 한정적 공간표현을 극복하기 위해 드로잉 작업과 결합해 입체적 사물을 평면으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설치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상상적인 공간은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사과는 도자로 만들어 그림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다. 작가는 삶을 바라 보는 자세와 작품의 본질, 내면의 감정을 담은 작품도 관객에게는 밝은 형식으로 보이는 것을 추구한다. 시니컬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기도 한 작가의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는 누구나 다 고통스럽고 힘든 부분 이 있는 삶 속에서 작품을 통해 웃음을 주는 것 또한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전한다. 작가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과 작품으로 소통하며 공허함과 외로움을 해소한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피식 웃거나 작품 속 이야기를 궁금해 할 때 작가는 예술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낀다.


「vegeflower-2」 80×120cm I ceramic I 2016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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