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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월호 | 작가 리뷰 ]

홍지은_ 우연이 만들어 낸 색, 그 색이 그리는 무늬
  • 이민희 기자
  • 등록 2025-06-04 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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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흙이 만나 색이 만들어지고, 우연한 색은 도자 위에 화려한 패턴을 남긴다. 홍지은 작가는 서로 다른 소지가 섞여서 자연 발생적 문양을 만들어내는 연리문 기법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 가마를 거쳐 나온 예상치 못한 색의 발견은 작가가 작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별이 빛나는 밤에#2」 13×13×53cm | 백자토 색소지, 물레성형 | 2013


색이 그리는 무늬와 패턴

홍지은 작가는 서로 다른 색의 청자토와 백자토를 섞어 나오는 색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패턴을 구사하며 작업을 한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도자에 다채로운 색을 내기 위한 연구를 하던 중 연리문 기법을 선택했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연리문 기법을 활용한 도자는 12세기 고려시대 말기에 청자와 함께 만들어졌으나 까다로운 제작 과정과 도자의 파손율로 인해 꾸준한 작업이 쉽지 않아 많이 보급되지 못했다. 작가는 그 당시에는 어려웠던 연리문 기법이지만 현대의 도자 재료와 발달된 기술이 더해지면 충분히 완성도 있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안료와 재료를 더해 현대적인 텍스처를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꾸준히 연리문 작업을 해왔다. 처음에는 인위적인 컬러풀함 보다는 색이 다른 태토를 썼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흙의 색에 주목했다. 청자토와 백자토를 같이 썼을 때 나오는 색의 대비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하다 작품에 다채로움을 주기 위해 재료를 더했다. 한 가지 흙에만 안료를 섞거나 분청 태토를 섞기도 하면서 다양하게 시도를 하다 본격적으로 안료를 더해 도자에 색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의 초기 연리문은 밝은 바탕에 파스텔 톤의 색감이 층을 이루는 여성스러운 느낌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색과 점토의 결합을 통한 안정적인 색상으로 사물에 본연의 색이 그대로 보이는 낮의 풍경과 어두운 곳에서 달빛에 비친 화려한 밤의 풍경을 다양한 형태들로 표현한 작품들은 흰색이나 밝은 색 배경이 주를 이룬다. 작품은 해가 거듭할수록 점차 과감한 색과 강렬한 이미지로 변모해 왔다. 색으로 만들어낸 줄무늬 패턴이 연속적으로 그려지는 「선율」 시리즈는 현대인이 갖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각각 색이 다른 무수한 선들의 반복으로 표현하며 전체적으로 독특한 색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의 변화를 ‘테크닉’과 ‘감각’의 발전 과정이라 설명한다. 초기에는 색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다 점차 안료의 안정적인 비율과 결과물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색의 사용도 과감해지고 거친 텍스처를 구사하게 됐다. 작가는 색을 통해 복잡한 무늬와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거나 잔잔한 색깔을 연속적인 줄무늬가 나오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때 비슷한 계열의 색을 사용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보색이 부딪혔을 때 나오는 예상치 못한 패턴과 색상으로 작품을 디자인한다. 선명하고 강렬한 표현 방식으로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Rhythmic serise」 가변크 | 백자토 색소지, 물레성형 | 2022


제한 없는 작업과 경계 없는 쓰임

작가의 작품에는 ‘기술’과 ‘쓰임’의 예술인 도예의 가치가 잘 내재되어 있다. 서로 다른 점토를 결합하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친 작가의 작업물은 일상생활에서 사용이 가능한 실용성 있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컵과 접시 등 식기를 비롯해 최근에는 화병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작가는 쓰임이 있는 작품을 만들지만 오히려 쓰임의 경계 없이 보기만 해도 괜찮다는 피드백이 많은 편이라 컵이나 접시 등 실제로 사용도가 높은 경우에는 색의 대비를 너무 과하지 않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는 색과 무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작가는 다양한 도자의 형태, 과감한 색감, 화려한 패턴 등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파생된 식기와 같은 상품을 구상하는 순서로 작업을 한다. 편리성과 기능적인 면은 실제 사용을 하는 개인에게 넘기고 작가는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색깔과 패턴을 조합해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데 집중한다.


「Rhythmic Pink」 14×14×41cm | 백자토 색소지, 물레성형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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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지은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공예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도자재단 이천 세라피아, 경기도자박물관에서 입주작가로 참여했으며, 『처음 만드는 도자기 AtoZ(2012)』를 출간했다. 서울공예박람회, 공예트렌드페어, 경덕진 세계도자박람회, 홍콩파인아트아시아 아트페어 등 국내외 페어와 《별이 빛나는 밤에, 2013》, 《Rhythmic Forest, 2021》 등 개인전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리빙디자인학과 박사과정 중으로 건국대학교 및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사진.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5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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