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9. ~8. 14. 드로잉룸

전시 《어떤 정원 A Certain Garden》은 유진식의 첫 한국 개인전이자, 그의 작업 세계가 향하는 곳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작이다. 우리는 벽에 설치된 부조 「Stolen Garden」에서 무성한 풀숲, 그 안의 사람들, 껴안고 춤을 추는 이들과 사색에 잠긴 이들을 발견한다. 인물들 너머로 보이는 어두운 하늘과 우주는 마치 무한한 시공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하며, 끊임없이 확장하는 자연의 어두움은 새 까만 그을음의 흔적이다.

「Messenger Lamp 3」 H41×11×15cm | Glazed earthenware, raku firing,
dimmable light bulb | 2025
이 표면의 모습은 작가 유진식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 ‘라쿠Raku’ 기법에서 기인 한다. 고온에서 빨갛게 달궈진 작업을 불 속에서 꺼내, 가연성 물질이 들어 있는 용기 안에 넣으면 연소가 일어나며 아득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과정에서 표면에는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무늬가 생성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마주한다.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부터 우리 집은 연기로 가득 했다”고 이야기하는 그에게 연기는 물리적 현상을 넘어 가족과 자신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자 상징이다. 향이 피워지던 제사상과 무속적 의례로 떠오른 사적인 기억은 우리 가까이에 놓인 행진의 장면을 이루는 감각의 근간이 된다.
이 행진은 일종의 축제이자 존재의 증명이다. 작가는 군복무 시절,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시위를 진압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이는 그에게 깊은 아이러니로 각인되었고 그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야 비로소 퀴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신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느낀 공동체 의식은, 동시에 그가 얼마나 익숙한 장소로부터 멀어졌는지를 깨닫게 했다. 한국과 미국의 사회를 경험하며, 그는 하나의 존재가 서로 다른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상이한 존재인 것처럼 살아갈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어떤 울타리 안의 구성원이 되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 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규정되지 않을 존재들의 형상을 상상한다.

「Horse Man 12」 H36×13x22cm | Glazed earthenware, gold leaf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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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식(b.1985)은 건국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그래픽 디자인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도예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이수하였다. 이후 알프레드 대학교(뉴욕, 미국)에서 도자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뉴욕에서의 본격적인 작업 활동과 더불어 시몬 리Simone Leigh 스튜디오 제작팀원으로 일하였다. 주요 개인전 《Procession》 (Jane Hartsook Gallery, 뉴욕, 2024)과 미국도자교육평의회NCECA, National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에서 주관한 신진 작가 프로그램NCECA’s Emerging Artists Fellowship program, 2021에 선정된 바 있다.
주요 소장처로는 메데인현대미술관(콜롬비아)과 알프레드도자미술관(미국)이 있으며, 뉴욕 소호 바나나리퍼블릭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전시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참여 작품이 모두 소장되었다.
사진. 작가, 드로일 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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