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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월호 | 칼럼/학술 ]

[에세이 ESSAY 13] 그릇이 된 생각들_ 풀무원농장「자담」
  • 이현배 옹기장이
  • 등록 2026-01-28 15: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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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담」 35x55x18cm


글말이 그릇이 된다. 단어로 발상하고 문장이 되면 그릇이 된다. 단어로는 혼잣말이지만 문장이 되면 사회적 언어가 된다. 

주) 풀무원이 1994년 새로운 CI를 발표하면서 “자연을 담는 큰 그릇”이라고 했을 때 그 문장에서 그릇을 봤다. 그 봤다고 한 것을 흙으로 옮기고자 하면서 물레일을 중심으로 일을 꾸려 정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주)풀무원의 모태인 풀무원농장(원경선)의 정신성을 담기에는 비정형이 좋았다. 대장간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를 자연의 숨결로, 모둠의 ‘원’을 자연과 사람의 어우러짐으로 한 유기농업공동체 풀무원농장에 대한 바램과 부러움의 선망이 있었기에 흙 그릇으로 옮기게 되었다.

‘말이 되면, 글말이 되면 그릇이 된다’고 하게 된 것은 삶의 이력에 의한 것이다. 그 이력을 예전에 애써 긴 호흡으로 쓴 게 있다. “중학생 때였습니다. 친구와 도둑질을 하다 잡혀 반성문을 쓰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 반성문으로 주인 양반을 감동시켜 체벌을 면해야 했기에 그럴싸하게 썼지요.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데 이 시점에서 안 잡혔다면 큰 도둑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는 내용으로 스스로 생각해도 잘 쓴 반성문 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글솜씨를 대견해하면서 가보니까 저 스스로 도둑인 걸 인정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제가 도둑인 것을. 그래 깜짝 놀랐지요. 그전까지만 해도 어려서부터 도둑질을 곧잘 해왔지만 스스로는 도둑이라고 생각을 안 했으니까요. 글이 저 자신을 알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자꾸 쓰다 보니 글을 통해서 저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글의 속성이 그런지 저 자신은 맨날 그대로인데 글이 저만치 앞서 있는 거에요. 그래 글쓰기를 작파해 버렸드랬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흙으로 하는 일을 시작한 거랍니다. 어려서 양지바른 곳에 혼자 앉아 사금파리 같은 걸로 땅에다 글씨를 파구서는 흙으로 묻었다가 다시 찾아내는 놀이를 잘 했드랬습니다. 더욱이 도둑질하고 나면 적당한 긴장감에서 오는 짜릿함과 그게 소멸되면서 갖게 되는 공허함 같은 게 있어서 진로 선택을 해야 할 때면 꼭 그 놀이가 생각나 방 향 설정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금파리로 땅을 파며 쓰는 것은 볼펜으로 쓰는 것처럼 미끄러지지 않고 붓글씨처럼 고도의 수련 끝에 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꼭 나만큼, 쓰는 사람의 의지대로 쓰이니 저처럼 서툴고 부족한 사람에겐 알맞은 일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흙과 땅과 사람의 관계가 옹기와 무진장과 이현배로 형성된 것입니다.”


정형과 비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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