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들에 대한 사유 - 정진원
장정란 미술사. 문학박사
편집부 2009-06-13 12:11:08
시간이 지나면 모든 우주의 형체들은 서서히 변화한다. 소란한 빗줄기는 간혹 천지를 울리지만 영원할 수 없으며 창문위에 작은 빗방울의 흔적을 남길 뿐이다. 각설탕은 화려한 찻상에서 그 반듯함을 자랑하지만 한잔의 커피잔에서 그 형체를 잃어간다. 존재했던 것들의 흔적들에서 조형적 잔상을 기억하고 그 직관적 감각으로 빗어 올리는 것이 정진원이 추구하는 작품세계이다. 그러나 작가는 논리적해설이 아니라 조형적 형상으로 반추하면서 변해가는 물성의 아름다움을 손으로 섬세하게 빚어낸다. 감상자들은 그 섬세한 오브제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실존적 물음을 감지한다. 즉 직접적인 주장이 아니라 조형적 설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지금은 다양한 정답이 가능하지만 예술작품의 근본이었던 조형성과 감각을 유지하고자하는 정진원의 의도는, 난해한 논설이 팽배한 현대미술의 정글 속에서 세라믹의 존재성을 심도있게 탐구한데서 나온 새로운 질문이라 보여진다. 그러므로 세라믹의 또 다른 진화를 예감하게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월간도예 200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