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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담는 공간 ‘다기茶器’, 마음을 나누는 공간 ‘다실茶室’ - 이연주 밀양 차문화 답사기행 | 이연주 본지기자 편집부 2009-06-13 14:02:55

다음으로 찾은 곳은 토야요로 현재 밀양도예가회장으로 있는 도예가 송승화의 다실. 운치있는 초가집이 낮은 담장너머로 엿보이는데 검둥이강아지 네마리가 앞뜰에서 뛰어노는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물씬 풍겨난다. 디딤돌을 딛고 툇마루에 올라서 폭도 좁고 키도 작은 문에 허리를 낮게 숙여 들어서자 방한칸에 아담한 다실이 온전히 드러난다. 부엌과 온돌방 한칸이었던 구조를 한 공간으로 터 다실과 진열공간으로 꾸몄다. 아치형의 천장에는 온전히 서까래가 드러나고 은은한 빛의 조명을 달아 마치 엄마뱃속같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랄까. 나즈막한 다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으니 말차를 준비하는 작가의 손길에 시선들이 모아진다. 가루차를 넣고 탕수를 부은 다음 차선으로 휘저어 거품을 만들고 그 거품과 함께 마시고 나서는, 백탕기에 담긴 물을 부어 다완바닥에 깔려있는 말차를 말끔히 마시기까지. 이 과정은 차문화가 단순한 의미의 음료가 아닌 총체적인 문화임을 알 수 있다. 때와 장소,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많은 요소들이 달라지며 그만큼 다양한 찻자리가 있는 것이다. 이어 다인들의 진지한 토론들이 시작돼 우리나라 차계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폐단을 낱낱이 드러내며 뜨거운 논쟁들이 한동안 지속된다.
다음 요장인 밀양요는 도예가 김창욱이 손수 지었다는 심플한 단일건물과 장작가마가 입구에서부터 한눈에 들어온다. 세련된 갤러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다실은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절제미가 돋보인다. 창밖으로 수양산이 시원하게 펼쳐져 그 광경을 보며 마시는 차는 정말 일품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얻은 딸아이 이야기서부터 지난 가을에 열렸던 전시와 다관에 새겨진 독특한 부처문양에 대해서도 이야기꽃이 드리워진다. 천인상의 화관을 쓴 머리는 왼쪽을 향해 앞으로 숙이고 약간 미소를 머금은 모습으로, 자연스럽고 동적으로 묘사되었다. “조형작업은 주관적인 생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교감이 어렵지만 다도구는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되고 교감이 우선시되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며 조형성과 실용성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왔던 부분을 털어놓는다. 이것은 조형성을 바탕으로 균형잡힌 다관의 형태와 다양성으로 나타난다. 특히, 발효차와 녹차로 쓰이는 다관의 쓰임이나 용도에 대해서도 꼼꼼히 신경쓰게 된다. 분청은 주로 발효차 용도로, 무유나 백자는 녹차 용도로 사용하도록 한다. 왜냐하면, 차의 성분을 고려해 그 고유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서다.
어스름이 질 즈음 포일요에 도착했다. 꼬불꼬불한 흙 길을 따라 들어가면 컨테이너박스로 지은 조립식 건물이 드러난다. 하나는 작업실, 다른 하나는 다실로 낮고 가로로 긴 창문을 통해 평화로운 분위기가 전해진다.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김해에서 밀양으로 왔다는 도예가 윤창민은 평일에는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하고 주말에서야 가족을 만나러 간단다. 쑥차와 쑥떡이 차려지는 동안 얼음골사과도 더해진다.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잘자라 단맛이 좋다며 얼음골에서 공수해온 사과가 두세 번 더 채워진다. 각 요장마다 다과와 차가 다르게 준비되었듯이 논의거리도 참 다양하다.
이날의 저녁은 작가들과 겸한 자리로 두루뭉술한 메주 덩어리들이 반쯤 가득 채워진 방에서 이뤄졌다. 곧 메주냄새에 익숙해졌지만 작가와의 대화시간은 숙소에서 마련하기로 해 발길을 옮겼다. 넓고 둥글게 앉아 그 중심엔 차와 간단한 과일을 준비해 편안한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각 요장에서 준비한 특색있는 다잔들을 추첨해 알아맞히는 미니퀴즈, 밀양도예가회에 대한 질문, 작가를 향한 인식 등 소담들이 고즈넉한 밤과 함께 깊어갔다. 

다음날, 비교적 언덕이 있는 곳에 위치한 구천요는 도예가 구진인의 요장으로 탁자나 진열대위에는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의 다완이나 다기구 등 많은 것들이 펼쳐져있다. 일종의 약초인 까마중차와 물고구마가 다식으로 내어진다. 여러 다기들이며 찻물을 담은 잔, 잔을 받치는 차탁, 찻상, 오래된 반닫이합, 창밖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전경이 반영되어 있어 구천요의 다실은 친자연적인 성향을 담은 공간과 같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월간도예 200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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