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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신승오 덕원갤러리 큐레이터 편집부 2009-06-13 14:06:19


그의 ‘SMOKED PAINTING’ 시리즈에 사용된 기법을 살펴보자. 연기는 잡히지 않는 물질이다. 대기 중으로 희석되며 사라지는 물질이다. 이것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 연기를 가두어 적절히 그 농담濃淡을 표현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농담을 조절할 수 있어야 회화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회화의 표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작가는 검은색을 표현하던 전통적인 기법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떡시루, 전통기와 같이 연燃의 탄을 흙속 깊숙이 침투시켜 검은색의 위생적인 기물들을 만들어 오던 기법이 있는데, 작가는 여기서 착상을 얻어 이러한 기법을 좀 더 깊게 연구하였고, 농담을 조절하여 페인팅이 가능하도록 하게 된 것이다. 그 기법을 살펴보면 먼저 백자도판을 900℃ 정도에서 1차 번조 후 꺼내 테이핑 작업을 하고 테라시질라타 등 흙물을 테이핑 안 된 빈 공간에 두세 번 바른다. 이렇게 바른 횟수와 두께에 따라 미세한 농담차이가 생겨나게 된다. 번조 시 가마 안에서 연기가 침투될 때 흙물을 바른 곳은 흙의 두께가 형성됨으로 탄의 침투가 깊게 이루어지지 못해 조금 밝게 나타나게 된다. 흙물을 칠하고 난 뒤 테이프를 떼어내면 깨끗하고 선명한 스트라이프 문양이 나타나며 그 뒤 가마에 다시 넣고, 질그릇가마黑陶窯에서 600℃까지 온도를 높인 후 불을 끄고 나무를 넣고 공기를 완전히 차단시킨다. 가마 안의 온도가 높아 나무가 타들어가나 산소가 없어 불은 붙지 않고 불완전 연소되며 그을음이 발생한다. 바깥으로 나오려는 연기를 모두 진흙으로 막으면 연기는 갈 곳이 없어 초벌된 도판의 입자 사이사이로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애초에 테이핑 되었다 뗀 부분에는 탄이 깊숙이 침투하여 진하게 표현되고, 흙물을 발랐던 곳은 수세미와 물로 벗겨내면 그 부분은 밝게 나타나면서 농담표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하기 위하여 작가는 백자 도판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흰 화지의 먹처럼 연의 농담을 미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SMOKED PAINTING’ 시리즈들에서 나타나는 작가의 표현 기법에 대한 연구는 신선하며 새롭다. 장작을 사용하는 가마를 사용하고 연기의 그을음을 가지고 표현해 내는 작업은 이러한 다름 아닌 전통적인 도예 메커니즘에서 찾아낸 새로운 기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재준은 위에서 살펴 본대로 자신의 주제를 도예의 메커니즘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표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다시 말해 그는 흙을 사용하여 형태를 만들고 가마에서 구워내는 전형적인 도예 메커니즘의 틀 안에서 도예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기법을 찾고 연구하여 순수 조형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작업에서 공예적인 성격과 순수 미술의 성격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재준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점들이 앞으로의 그의 작품들에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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