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도예가의 필요충분조건
| 이세용 도예가
우선 전업도예가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건 성실이다. 작가에게 직장은 작업실이다. 직장에 성실하지 않은 회사원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가 그 회사의 책임자라면 더욱 심각하다. 책임자가 불성실하면 그 회사는 망하는 데 아무 염려없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잘나가는 도예가 중 한사람은 일반 회사원과 똑같이 8시에 출근하여 6시에 퇴근한다고 한다, 그는 작업할 시간에는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으려 하고 가능하면 불필요한 전화는 받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 어떤 작가는 아예 작업시간에는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는다고 한다.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 하면 전업 작가에게 작업은 폼나는 예술 활동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계수단이라 할 수 있다. 즉, 돈을 버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게으른 자가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보통, 잘나가는 회사들을 보면 경영진이나 기술진 혹은 디자인 책임자 등등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막말로 날밤 까는 걸 밥 먹듯이 하며 엄청나게 일을 한다. 전업 작가는 스스로가 경영자이며 기술자이고 디자이너이다. 스스로 성실하지 않으면 내 회사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내 회사가 무너지고 내 가정이 무너진다고 상상해보시기 바란다. 성실하지 않고는 내 식솔을 거느릴 수 없다.
그 다음 덕목으로는 기본기에 충실하자는 얘기이다. 도예에 있어 기본기란 무엇인가? 팔 수 있는 작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물레 성형을 위주로 작업하는 작가는 물레만큼은 내가 원하는 기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석고 작업을 위주로 하는 작가는 원형부터 거푸집까지 모든 공정에서 완벽하게 작업을 수행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어떤 형태가 물레로 가능한지 어떤 방법으로 성형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휨이 안생기고 뒤로 안 뒤집어지고 주저앉지 않는 지도 모르는 작가들이 수두룩하다.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은 작가는 그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내가 후배들에게 가끔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고졸한 맛이니 비워야 한다느니 하면서 기물을 치열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엄벙덤벙 만드는 친구들이 있다. 그건 비우는 게 아니다. 당신은 꽉 채워 본 적이 있는가? 채우지도 않고 비운다? 웃기는 이야기다. 그건 비우는 게 아니라 못 채운 거다. 채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비울 수 없다. 그냥 모자라는 대로 사는 거지! 먼저 채운다는 거, 그게 바로 기본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