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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7가지 키워드와 함께 떠나는 방창현의 세계도자기행(4) 여백의 풍경, 풍경의 여백 네 번째 작가 : 히로에 하나조노Hiroe Hanazono 편집부 2010-08-10 17:23:29

본 연재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키워드인 숭고the sublime, 몸body, 미니멀리즘minimalism, 물성materiality, 서사narrative, 개념미술conceptual art, 팝아트pop art를 중심으로 본 현대도예에 관한 글이다. 하지만, 형식면에서는 기행문적 수필의 형식을 빌어 독자들이 현대 도예 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졌다. 한국의 현대도예가 오랜 동면의 시기를 지나 이제 찬란했던 옛 영화를 위한 용트림을 하는 이 시기에 한국 현대도예의 미래의 비젼과 현재의 성찰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테이블웨어 디자인tableware design 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용기의 ‘비움’ 과 ‘채움’이라는 서로 상반되지만 변증법적으로 통합되는 독특한 미학에 기본을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용기는 그것에 담겨질 음식을 고려해서 스스로(디자인적으로) 넘쳐서도 안 되고, 시각적으로 또한 예술성이 부족해서도 안 되는 중간지점의 속성을 가진 매체이다. 도예디자이너들은 요리사들에 의해 만들어질 익명의 요리의 색과 향과 문화, 그리고 예식을 가상하며 작품을 만든다. 그러므로 용기 자체는 미완의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음식이나 음료가 작품에 채워지는 순간 섬광처럼 눈부신 감각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그것은 다른 예술 쟝르가 다다를 수 없는 존재의 현존성現存性과 깨어있음을 감각을 통해 전달되는 절대 언어의 세계이다.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의미의 논리」에서 “시간 속에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 과거, 현재, 미래는 시간의 세 차원이 아니다. 오직 현재만이 시간을 채우고, 과거와 미래는 시간 속에 있는 현재에 대한 상대적인 두 차원이다”라고 말한다. 히로에 하나조노Hiroe Hanazono의 작품 앞에서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존재론적 불안감들은 모두 무화되고, 인간의 관념이나 의미가 존재하지 않고 일차원적인 시간성만을 드러내는 즉자卽自의 세계가 펼쳐진다. 작품에 대한 관념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관객들은 물자체1)로 물러나 영원히 알 수 없는 화석화 된 존재의 인식세계로 침잠된다. 관념의 부재 속에서 피어나는 선연한 감각만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그곳은 존재자들의 모든 감각기관을 일깨우고, 그 존재의 현존성現存性을 극대화시킨다.
식탁 위의 시각언어들은 시간과 함께 곧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으로 자리를 내어주고 이내 황망히 사라진다. 나머지 감각들도 잠시 식탁 위를 머물다 제 존재가 머물렀던 곳으로 흩어지고, 식탁 위엔 다시 비어 있는 용기만 남는다. 비움과 채움 그리고 다시 비움의 순환고리는 동양의 윤회輪廻적 시간의 의미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무언가 항상 채우려고만 달려온 인생 속에서 비움과 여백을 통해 욕망을 정화시키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동양의 비움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는 듯하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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