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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월호 | 특집 ]

[특집II] 분청사기 용어 재고에 대한 시론
  • 오영인 前국가유산 감정위원
  • 등록 2025-05-02 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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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의 ‘분장회청사기’와 제문제

고유섭은 회청색 그릇에 분장토(백토)를 입힌 뒤 여러 기법으로 장식한 자기를 ‘분장회청사기’로 명명하였고, 분장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이해하였다.1) 나아가 분장회청사기를 상감, 획화, 소락, 회채 기법으로 구분하고 상감의 경우 문양이 정제되어 규칙적이지 않으며 기면 전체에 베풀어진 특징이 있다고 하였다. 다만, 분장회청사기가 고려청자에 그 근간을 두었지만 각각의 특징을 기준으로 둘 간의 구별이 가능할 것이라고 논한 반면, 구체적인 기준이나 예시를 제시하지 않았다.2)

실제로 고유섭이 제시한 분장회청사기의 개념은 고려와 조선시대의 일부 자기를 구분하는데 혼란을 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정소공주 무덤에서 출토된 자기호<도1>는 15세기 전반 자기제작 양상을 반증하는 예다. 해당 유물 외측의 전면에는 분절되고 딱딱한 단선과 곡선의 문양을 새겨 넣어 백토를 채우는 상감기법이 사용되었는데, 14세기후반 청자상감연화류문양온명편병에서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도2> 그 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청자철화연당초문매병<도3> 등과 시문방법을 제외한다면 넝쿨을 이룬 줄기, 고사리 형태의 잎사귀, 큰 꽃잎이 견부와 저부의 구획 내에 가득 시문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고려시대 청자와 문양의 구성, 시문방식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조선시대 자기는 청자가 아닌 ‘분청사기’로 불리고 있다.3)


<도1>「정소공주 태항아리」조선, 높이 21.2cm, 경기도 고양시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2>「청자상감양온명연류문편병」고려, 높이 30.3cm, 경기도 개성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자기의 상감기법이란 기면에 문양을 새겨 요철을 내고, 색을 내는 태토(이하 채토)를 집어넣는 방법으로, 문양부위 혹은 기면 전체에 채토를 바르더라도 문양이 아닌 부위의 채토를 긁어낸다면 그 효과는 동일하다. 무엇보다도 상감기법은 문양이 새겨진 다음에 채토가 발리는 것으로, 고려 상감청자와 기존의 인화분청사기, 상감분청사기는 시문 방식이 동일하며 실제 유물을 실견해도 구분하기 어렵다. 또한 작업의 마무리에 따라 문양 부위 외에도 채토가 남는다는 점은 고려<도4>와 조선시대의 실례<도5>에서 모두 확인되고, 상감분청사기 <도6>와 인화분청사기로 불리는 예 중 문양 이외의 부위에 채토가 남지 않도록 정선되게 시문된 예도 다수 남아있다.4)


<도6>「분청사기상감연류문매병」 조선, 높이 28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백토를 입히는 분장 기법은 상감기법, 음각기법, 양각기법 등과 대등한 하나의 시문방식이자 이미 기원전부터 태토의 문제를 가리기 위해 사용된 통상적 방법이었다.5) 한반도에서도 황해도 배천 원산리 2호 4차 청자가마에서 분장효과를 주기 위해 녹청색 유약을 붓으로 칠한 자기편이 확인되었다.6) 또한 고려 문종(文宗, 재위 1046~1083)의 무덤인 경릉(景陵)에서 연회색 태토에 백토를 분장한 다음 문양 부위를 긁어낸 일종의 음각분청사기가 출토되었다.7) 고려 시대에 중국 북방청자(백지흑화자기)의 영향을 받은 예들의 제작은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분장철화기법 혹은 분장음각 기법으로도 확인되었다.8)

고유섭이 분장회청사기의 종류로 거론한 상감과 획화, 소락, 회채 수법은 분장과 문양 시문의 선후관계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상 감분청사기가 고려 상감청자와 동일하게 음각-분장의 순이라면, 획화, 소락, 회채 수법은 분장-문양시문의 순에 해당한다. 이처럼 고유섭은 분장기법과 타시문방법과의 선후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분장 여부에 치중하여 논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려 상감청자의 제작방식과 특징이 그대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일명 상감분청사기를 모두 분청사기의 범주에 두어 조선시대 자기 분류에 혼선을 가져왔고, 하나의 청자부류를 시대적 차이로 인해 청자와 분청사기로 구분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따라서 분장의 유무보다는 분장의 적용시기에 따라 백토를 먼저 바른 경우와 문양을 먼저 새기고 백토를 바른 경우로 구분하여 용어를 명명하고, 각각의 성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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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高裕燮 著, 秦弘燮 編譯, 『高麗靑瓷』, 삼성문화재단, 1977, pp. 89~90 ; 同著, 『高麗靑瓷』, 悅話堂, 2010, p. 78 ; 同著, 『朝鮮美術史 下』, 悅話堂, 2007, p. 375. 

2) 高裕燮, 『朝鮮美術史下』各論篇, 悅話堂, 2007, p. 376.

3) 국립중앙박물관 편, 『천하제일 비색청자』, 국립중앙박물관, 2012, p. 99, p. 277, p. 292. 

4) 조선관요박물관 편, 『청자의 색과 형』, 조선관요박물관, 2005, 도판11.

5) 路菁, 『遼代陶瓷』, 遼寧畵報出版社, 2003 ; 河南省文物考古硏究所 編, 『禹州鈞台窯』, 文物出版社, 2008 ; 中國陶瓷全集編輯委員會 編, 『中國陶瓷全集3 秦, 漢』, 中國陶瓷 全集編輯委員會, 2000, p. 41, p. 57 ; 同著, 『中國陶瓷全集9 遼, 西夏, 金』, 中國陶瓷全 集編輯委員會, 2000, p. 92, p. 154 ; 同著, 『中國陶瓷全集10 元』, 中國陶瓷全集編輯委員會, 2000, p. 120 ; 同著, 『中國陶瓷全集13 明(下)』, 中國陶瓷全集編輯委員會, 2000, p. 189.

6) 오영인, 『高麗 塼築窯 硏究』,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pp. 23~24.

7) 김영진, 『조선 도자기사 연구(삼국-고려)』, 한국문화사, 1996, pp. 156~157.

8) 羅相喆, 『15세기 剝地粉靑沙器 硏究』, 충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0, pp. 4~12 ; 郭學雷, 『明代磁州窯瓷器』, 文物出版社,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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