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공예박물관은 개관 초기부터 굿즈를 중요한 소통 매개로 삼아왔습니다. 박물관 문화상품 기획에서 ‘서울공예박물관다운’굿즈란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기획전략을 갖고 계신가요?
‘모두의 공예, 모두의 박물관’을 추구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의 캐치프레이즈에 따라 박물관 가게 역시 누구든지 편안하게 방문해 공예품을 친근하게 느끼고 나아가 소장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예품은 고가의 고급품이라는 인식의 장벽이 있었고, 판매 공간 역시 선물 구입 등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고는 방문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공예품이란 것이 본디 우리 조상들의 생활문화와 미적 감각이 담긴 일상생활 용품이었던 것처럼, 저희 박물관 역시 공예가 가진 고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굴하여 시민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예상품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특히 개관 초기부터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박물관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고유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시민들이 공예품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고, 공예문화를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 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2. 굿즈 기획 시 공예적 가치와 상품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고 계신가요? 기획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준이나 내부 논의의 우선순위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공예 분야에서 일을 한지 햇수로 15년이 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공예품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공예적 가치와 상품성이 동일한 선상에 위치한다고 느낍니다. 재료의 우수성, 기술·기법의 정교함으로 완성되는 좋은 품질의 공예품에는 그에 합당한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수렴된다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추는 것이라 판단됩니다. 과거에는 공예적 가치가 높고 가격까지 높으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이를 따라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소비자들이 먼저 공예의 높은 가치를 이해하고, 선호하며, 나아가 그에 대해 스스럼없이 비용을 지불합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따라 저희 서울공예박물관도 상품 기획과정에서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공예 분야 본연의 노련한 기술과 기법, 그리고 예술성이 구현되었는지를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3. 그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기획한 굿즈 중 주목할 만한 공예 기반 상품을 6~8가지 정도 예시로 소개해 주실수 있을까요? 각 상품에 담긴 기획의도, 제작방식, 소비자 반응 등을 함께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예 분야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보다 많은 공예 제작자들이 상품개발과 판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입점하는 공예품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공모는 박물관과 연계된 테마로 운영되는데, 박물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나 기획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작품을 모티브로 공예기법이 잘 구현된 상품들을 개발합니다. 공모에 선정된 상품 중에서 2022년 첫 공모에 선정된 ‘백자 청화 파초국화무늬 항아리 마그넷’이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상품입니다. 박물관 소장품인 「백자청화 파초국화 무늬 호」를 응용하여 만든 반부조 형태의 자석형 백자 꽃병으로, 안에는 물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하여 화병이나 디퓨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특히 소장품에 표현된 파초와 국화무늬를 작가가 붓으로 직접 그려 넣어 소장품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하였습니다.
백자청화파초국화무늬 항아리마그넷
박물관가게를 오픈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상품으로는 허상욱 작가의 분청사기 시리즈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흰색으로 덥힌 도자의 흙을 긁어내어 그림을 그려 넣은 제작방식으로, 연못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날아 가는 새, 움트는 꽃봉오리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치고 유쾌해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합니다. 특히 부드러운 흙 위에 흰 눈이 내린 것 같은 담백한 색감과 만졌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질감이 손님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청머그컵, 분청사각그림접시, 분청사발 등 식탁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다양한 기물을 판매하고 있고, 전화예약이 빗발칠 만큼 저희 숍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분청사각그림접시
2023년 개최한 기획전시《나전장의 도안실-그림으로 보는 나전》과 연계하여 개발한 ‘나전칠기 동물문 펜 트레이 세트’ 는 특히 외국 고객들에게 호응이 좋은 상품입니다. 나전장 고 민종태 선생의 거북무늬와 사슴무늬 도안을 그대로 따서 흑진주패를 사용해 줄음질 기법으로 시문한 펜 트레이로, 전시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종태 선생의 나전 도안이 현 시대의 일상공예품에 적용된 사례로 의미가 깊습니다. 시중에서 자개가 가득 들어찬 화려한 나전칠기를 볼 수 있는데, 이 옻칠 트레이는 형태도 간결한 데다 섬세한 자태의 동물무늬를 중앙에만 심플하게 포인트로 시문되어 있어 오히려 눈길이 가고, 일상의 공간 안에서도 잘 어우러 집니다.
여성 고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으로는 금속공예 악세서리 제품들을 들 수 있습니다. 2023년 특별기획전 《만년사물》에 참여한 이영주 작가가 개발한 ‘Kanon Ring’은 작가 고유의 카논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상품으로, 음률을 반복하고 변주하는 카논의 규칙적 선율에서 영감을 얻어 끼우는 방향과 힘의 방식을 달리하여 만든 반지 입니다. 같은 해 진행된 기획전시 《공예 다이얼로그》에 전시된 궁중채화의 매화나무 조형물을 모티브로 개발한 ‘매화 꽃잎 시리즈(유은정 작가)’상품도 인기상품입니다. 가장 공예적인 자연 그 자체를 금속으로 복제하는 형태 실험을 통해 다양한 공예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고유의 기술로 꽃잎 하나, 나뭇가지 옹이까지 섬세하게 표현했습 니다.
Kanon Ring
2023년부터는 박물관 MI(Museum Identity)와 소장품을 활용한 시그니처 디자인 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 했습니다. 상품개발에는 디자인스튜디오 ‘오이뮤’가 참여했습니다. 대표 상품으로 ‘박물관 천가방’을 들 수 있는 데, 박물관 전용 색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지백색紙白色, 연지색曣脂色, 현색玄色, 양록색洋綠色을 적용하고, 박물관 영문 명인 ‘Seoul Museum of Craft Art’ 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박물관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항상 찾는 로고 상품입니다.
또한 박물관 소장품인 「자수 매화도 병풍」의 매화도를 다섯 폭으로 연결해 디자인 한 ‘경조사 봉투’는 명절 세뱃돈 봉투나 각종 가족 행사에 어울리는 선물봉투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검은색 직물 위에 노란색 실로 수놓아진 소장품 속 매화나무와 꽃 이파리를 일러스트 작업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후 금박을 입혀 표현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 상설전시 《자수, 꽃이 피다》 전시에서 실제 소장품을 관람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소개할 ‘소장품 입체카드’는 박물관 소장품인 ‘삼층 장’, ‘책 반닫이’, ‘이택균이 그린 책가도 병풍’, ‘문갑 탁자 세트’ 등을 세 겹의 입체 카드로 그려내 공예품이 모여 있는 방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가로, 세로 ‘14×10cm’의 작은 카드이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공예 소장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특별한 날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보내고 싶을 때나, 책장이나 선반에 세워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상품입니다.
소장품입체카드
사진. 플래쉬큐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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