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 ~4. 13. 세종뮤지엄갤러리 1관
전시는 40여 점의 백연리 작품을 통해, 재료의 본성과 맞물려 ‘기억을 담는 그릇’이라는 명제를 사유하고자 했다. 물성의 깊이를 탐색하는 동시에, 잊힌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시도가 돋보였다. 전통 연리문 기법을 기반으로 작가가 독자적으로 변형한 ‘백연리’ 기법은 백색 점토의 미묘한 차이를 층위화해, 내면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교토에서 작업해 왔으며, 이질적인 장소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른 한국의 기억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흙을 층층이 쌓고 끌어올리는 물레 작업은 곧 기억을 축적하는 은유로 작용한다. 표면에 드러나는 선과 결은 의도와 우연 사이에서 형성되며, 감각적으로는 절제되어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밀도 높은 감정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