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25.05월호 | 특집 ]

[특집I] "굿즈는 유산을 경험하는 가장 일상적인 방식입니다”_국가유산진흥원 공예기획팀 우혜정 팀장 인터뷰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5-06-04 14:24:04
  • 수정 2025-06-05 16:23:32
기사수정

작은 물건에서 시작되는 전통의 확장

문화유산을 품은 굿즈, 일상 속으로


덕수궁 기획상품 오얏꽃 오일램프


기념품’이라는 말에는 시간이 머무는 느낌이 있습니다. 과거를 기억 하고, 한순간을 남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화 유산 굿즈는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통의 정수를 담아 오늘의 감각으로 번역되고, 손에 쥘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새롭게 태어나며, 일상의 공간과 호흡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번 5월호 특집은 문화유산 기반 굿즈를 통해 전통과 현대, 보존과 소비, 기억과 실천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조명합니다. 특히 공공 기관이 주체가 되어 추진하고 있는 굿즈 기획 사례를 중심으로, 전통 공예가 어떻게 현재의 시장과 소통하며, 어떤 고민 속에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문화유산 굿즈는 결국, 한 시대의 가치와 기술,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를 담은 ‘작은 유산’입니다. 수공예의 손맛, 장인의 기술, 이야기를 전하는 조형과 디자인은 이 물건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로 만들어 줍니다. 이 특집이, 공예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구체적인 실마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손에 들린 하나의 작은 도자 굿즈가, 전통의 시간을 품은 채 조용히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을 함께 그려보기를 기대합니다.


문화유산은 더 이상 박물관 유리장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향기가 되어 퍼지고, 누군가의 공간 속에 오브제로 녹아들며, 기억을 넘어 일상이 된다. 국가유산진흥원 공예기획팀 우혜정 팀장은 ‘굿즈’라는 가장 일상적인 매개를 통해 문화유산을 체험 가능한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덕궁 굿즈 기획을 비롯한 유산 기반 상품 기획의 과정과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창덕궁을 향기로 풀어내다, 유산을 감각으로 경험하는 기획

“창덕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일한 궁궐입니다. 우리는 이곳의 고유한 분위기와 정서를 상품으로 풀어내고자 했어요.”

우 팀장은 창덕궁 굿즈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창덕궁의 대표 프로그램인 ‘달빛기행’ 속 전각을 주제로 상품을 기획했다.  국보 ‘인정전’ 처마 끝의 잡상, 조명이 아름다운 ‘희정당’의 전등과 벽지, 전통 민가의 한옥 구조를 가진 ‘낙선재’ 굴뚝과 꽃담 문양들이 굿즈의 소재가 되었다.

“상품 품목으로는 ‘매화향 인향세트’, ‘향로’, ‘향꽃이’ 등 ‘향’ 관련 상품들이 많습니다. 창덕궁 후원의 봄은 매년 피는 꽃들과 야생화들이 넘칩니다. 재작년 국가유산청에서 전문 조향업체와 후원의 향을 채집할 정도로 궁 콘텐츠로 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 채집한 향을 기반으로 향을 활용한 궁궐 특화 상품, 시각, 후각 등 복합적인 오감을 활용한 상품들도 곧 출시 예정입니다.”


상품성과 품질 사이, 균형을 찾아가는 기획

문화유산 굿즈 기획은 고유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격, 제작 방식, 시장성 등 현실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가격대는 상품 기획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도자기 머그라면 시장 조사 결과 1만5천 원에서 3만 원 사이가 적정선이에요. 이 가격대를 넘기면 소비자 수용성이 떨어져 상품화가 어렵습니다.”

가격 설정 이후에는 해당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품질과 완성도를 구현할 수 있는 작가와 제작 방법을 찾는다. 제작 과정에서는 중간 샘플 확인, 내부 디자이너와의 검토,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의 평가 등을 병행한다.

“상품 제작에는 최소 4주,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무형유산 전승자와 협업할 때는 긴 호흡이 필요해요. 수공예 특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수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원칙과 글로벌 퀄리티 사이의 딜레마

우혜정 팀장이 가장 큰 고민으로 꼽은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 원칙과 현실 간의 괴리였다.

“우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상품을 국내 생산으로 기획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제조 기반이 무너진 품목들이 있어요. 특히 유리 제품은 중국산보다 품질이 낮은 경우도 발생합니다.” 국산만을 고집하다가 오히려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례도 경험했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수준의 생산 품질을 확보했으며,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중국 공장을 이용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지키기 위해 품질을 희생해야 할지, 아니면 품질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지 내부에서도 딜레마가 큽니다. 소비자는 품질을 먼저 보기 때문에, 국산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우 팀장은 제조 기반이 없는 품목은 과감히 포기하거나, 콘텐츠 중심의 상품 기획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자기 오르골


해외 시장과의 연결, K-Heritage Store와 SNS를 통한 확장

굿즈 기획은 이제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KH몰을 통한 해외 직구 채널이 구축되었고, SNS를 통해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5~6년 전 아마존에 입점했을 때는 1년 동안 판매 건수가 0건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K-Heritage Store를 통한 해외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현지 외국인 소비자들도 자발적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어요.” 특히 SNS를 통한 홍보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영문, 국문 구분 없이 다양한 채널로 홍보를 이어가면서, K-문화에 대한 관심이 유산 기반 상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문화상품 홍보대사 제도도 도입했다. 지난해 방송인 조나단을, 올해는 방송인 피터 빈트를 문화상품 홍보대사로 위촉하여 브랜드 확산에 나서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보다, 문화유산에 애정이 있는 인물과 함께 가는 것이 진정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K-Heritage 공예 굿즈



사진.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5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세라55_사이드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전시더보기
월간세라믹스
도예마당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