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불과 소금, 그을림의 조형

유약이 아닌 소금. 칠하지 않은 표면에 자연스레 입혀지는 결. 황인성 작가의 푸레도기는 그렇게 불과 소금, 흙 사이에서 응결된다. 이 조형은 하나의 이론보다 하나의 과정이다. 그의 작품에는 반복되는 실험과 직관, 예민한 감각이 층층이 쌓여 있다.
2014년 대부요, 황인성은 가마를 짓고, 그을음이 스며든 소금유 실험을 본격화했다. 도판이 연료와 화염의 흐름을 얼마나 오래 견디는지, 소금이 증발하며 어디에 닿는지, 그 흔적이 어떤 밀도로 남는지. 표면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증거였다. 그는 이 불확정성 안에 조형의 가능성을 놓았다. 유약을 벗긴 그 자리에, 오히려 더 깊은 장면이 피어난다는 믿음. “표면에 남는 무언가는 흙과 불을 때는 행위의 반응”이라고 그는 말한다.
황인성은 흙을 만들어 쓴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흙의 배합으로 끌어낸다. 옹기토, 고령토, 도석, 사토, 여러 산지의 함철토석과 목절점토… 검은 흔적을 끌어낼 수 있는 조합을 찾아낸다. 도판은 덜 익은 듯 검게 남고, 어떤 면에서는 도자기라기보다 숯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 조형을 “모든 지식과 감각을 노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부른다. 완성된 표현을 익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성과정을 표현의 중요한 요소와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이 푸레작업은 장작을 연료로 소성을 하는 과정중 중요한 타이밍에 가마 안으로 소금을 뿌려넣고 식히는 과정에 환원분위기를 유지해 주어 흙 속의 산화철이 검게 되는 것인데, 실은 흙의 조성부터 가마 내부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이 결과를 좌우한다. 가마에서 꺼낸 뒤 3~4일 지나면 색이 변한다는 것은, 이 조형이 열과 불의 영역을 넘어 ‘시간’이라는 변수 위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푸레 찻독」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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