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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월호 | 해외 ]

<파리 아트 위크 Paris Art Week> 2025
  • 김정신 한국도자재단 비엔날레팀 학예연구사
  • 등록 2026-01-28 16: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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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서 공예·도자 시장으로 확장 되는 지형 변화



파리는 왜 다시 예술의 중심이 되었는가

지난 10월, 파리는 다시 ‘예술의 수도’로 부상했다. 세계 미술시장이 둔화된 국면 속에서도 이 도시는 위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며, 여느 때보다 생동하는 예술의 현장이 되었다. 10월 19일 루브르박물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은 국제적 비판과 내부적 충격을 불러왔지만, 현장에서는 지나가는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파리는 스스로를 ‘세계 예술 생태계의 플랫폼’으로 재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파리 아트 위크>는 매년 10월, 전 세계 갤러리스트, 컬렉터, 디자이너, 미술기관 관계자들이 가장 집중하는 시기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유서 깊은 도시의 문화적 기반 위에서 주요 페어가 집약적으로 열리고, 도시 전역에서 브랜드 전시와 위성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파리는 일주일간 작품 거래와 정보 교류, 네트워킹이 집중되는 유럽 미술시장의 허브가 된다. 

2022년, 피악(FIAC)1)을 제치고 아트 바젤이 그랑팔레의 가을 시즌을 맡으며 파리의 예술 지형은 완전히 새 판이 짜였다. 단순한 현대미술의 무대를 넘어, 미술·디자인·브랜드·공예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아트 파리 바젤 2025》이 열리는 ‘그랑팔레’ 외부 전경


아트 바젤 파리Art Basel Paris: 

미술시장의 거대 담론과 거래의 장

올해 네 번째로 열린 아트 바젤 파리는 41개국 206개 갤러리, 73,000여 명 관람객과 컬렉터가 참여하며 파리 아트 위크의 중심축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새롭게 도입된 아방 프리미에Avant-Première는 VIP 초청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하되, 그 내면에서 희소성 마케팅의 최고급화를 지향하며, 소수의 특정인에게만 기회를 허용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우선으로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오늘 보고 계신 작품들은 내일 대부분 교체될 예정입니다. 다 팔렸거든요.” 매튜 마크 갤러리Matthew Marks Gallery의 큐레이터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블루칩 작가들의 대형 거래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와 소규모 갤러리 작품도 무거운 거래의 무게에서 벗어난 가벼운 호흡으로 활발히 거래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흥미로운 점은, 도자 작품이 상당히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프랭크 엘바즈 갤러리Galerie frank elbaz 관장인 야나 비에지코프스키Jana Wierzykowski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최근 도예가 순수미술 영역에서 새롭게 조명받으며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흐름입니다. 물론 이는 예전부터 마땅히 이루어졌어야 할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 작가 오가와 마치코Machiko Ogawa의 작업은 특히 깊은 울림을 남겼다. 마치 암석의 단면을 절개하듯, 그녀는 흙의 내부에서 시간과 물질의 층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균열과 응집, 유약의 번짐을 따라가는 시선 속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 “도자가 이렇게 무겁고도 섬세할 수 있는지 몰랐다.”는 한 컬렉터의 속삭임이 잔잔히 울려 퍼졌다. 그녀의 작품은 전통 도예 기법을 바탕으로, 흙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질감과 균열, 유약이 흐르고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시간성과 물질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전통 도예 기법에 기초하면서도, 세라믹이 현대미술의 조형 언어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이자 국제 미술 시장으로 확장을 시사하는 가능성이 아닐까.


《아트 파리 바젤 2025》 프리뷰 현장 



아시아 나우 2025Asia NOW 2025

아시아 미술의 다원적 확장


데지레 모헵-잔디(Désiré Moheb-Zandi, 독일 & 마리옹 플라망(Marion Flament), 프랑스《아시아 나우 2025: 큐레이티드 섹션(Monnaies du sol, trames de mémoire)》 중 설치작으로 흙과 토양에서 비롯된 오브제를 통해 사람들이 땅과 맺어온 관계와 그 속에 남은 기억을 공간 설치로 풀어낸 작업


같은 시기, 파리의 역사적 공간인 모네 드 파리Monnaie de Paris2) 에서 11회를 맞은 아시아 나우는 아시아 및 디아스포라를 다루는 대표적인 미술 페어로 자리 잡았다. 9세기에 설립된 프랑스 왕립 조폐 기관이라는 장소적 맥락은 이 페어가 다루는 ‘역사·권력·교환’의 문제를 은근히 환기시키며 전시의 배경으로 기능했다.

이곳은 아시아 출신 작가와 갤러리를 위한 유럽의 ‘열린 창구’이자, 동시대 아시아 미술의 복합적인 흐름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서아시아에서 남아시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이르기까지 7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단일한 미학이나 정체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확장된 아시아’의 스펙트럼을 제시했다. 

전시장 구성 역시 전통적인 페어의 형식을 넘어섰다. 갤러리 부스로 가는 길목에 큐레토리얼 섹션, 설치 작업, 퍼포먼스, 토크 및 퍼블릭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거래의 장과 담론의 장이 중첩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이로써 아시아 나우는 단순한 마켓이 아니라, 아시아 미술을 둘러싼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을 함께 사유하는 플랫폼으로 기능 했다. 특히 전통 기술과 지역성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작업들은 아시아 현대미술이 지닌 실험성과 사회적 감수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는 ‘아시아’가 더 이상 고정된 문화적 범주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재구성되는 동시대적 실천의 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의 컬렉터와 큐레이터,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교류하는 장면은, 아시아 나우가 단순한 거래 중심의 페어를 넘어 문화적 접점이자 담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리 아트 위크의 다른 주요 페어들이 시장 규모와 거래의 밀도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아시아 나우는 ‘어떤 아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미술의 언어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보다 전면에 내세운 자리라 할 수 있다.


피에르 마리 지로 갤러리Pierre Marie Giraud 부스 전경

현대 세라믹과 공예를 국제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해 온 주요 갤러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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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의 약자로, 1974년부터 2021년까지 파리 10월 아트 캘린더의 대표 국제 미술 페어이자, 미술계 전문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만남의 장이다.

2) 864년에 설립된 프랑스 왕립 조폐기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기관 중 하나다. 18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과거 국가 화폐와 메달을 제작하던 장소로, 현재는 공예 공방·박물관·전시가 함께 운영되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6년 1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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