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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월호 | 뉴스단신 ]

윌리엄 모리스 ‘딸기 도둑 패턴’의 역설, 대중성과 양산 사이 장인정신의 선구자, 다시 주목받는 이유
  • 편집부
  • 등록 2025-04-30 12: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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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 ‘딸기 도둑 패턴’의 역설, 대중성과 양산 사이 장인정신의 선구자, 다시 주목받는 이유

19세기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사회주의자였던 윌리엄 모리스. 그가 꿈꿨던 “모두를 위한 예술”은 생전에 실현되지 않았다. 모리스 & 컴퍼니의 고급 벽지와 패브릭은 귀족과 부유층의 집을 꾸몄고, 그조차 이를 “부유한 자의 사치에 봉사하는 일”이라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가장 유명한 패턴 중 하나인 ‘딸기 도둑 패턴 (Strawberry Thief-patterned)’은 V&A 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템이 되었고, 온라인 쇼핑몰부터 저가형 핸드폰 케이스, 인공지능이 그려낸 가짜 전시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그 디자인은 세계 곳곳을 채우고 있다.

런던 월섬스토에 위치한 윌리엄 모리스 갤러리는 최근 특별 전시 『Morris Mania』를 열고 대중 속으로 확산된 그의 디자인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전시는 시민들에게 각자가 소장한 모리스 관련 물품을 모집하며, 이 문화적 ‘열풍’에 함께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모리스라면 이 현상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당황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는 삶과 노동, 예술의 조화를 지향한 인물이자, 당시 산업화의 폐해에 맞선 환경주의자였다. 1890년에 발표한 그의 유토피아 소설 『어디에도 없는 소식(News from Nowhere)』은 화폐도, 사유 재산도, 대도시도 없는 미래를 상상했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미적 가치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늘 “유용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면, 집에 들이지 말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 정신은 코로나19 이후 ‘집’이 곧 일터가 된 시대, 자연과 회복을 꿈꾸는 Z세대의 ‘코티지코어’ 열풍과 맞닿아 있다.

디자이너로서 모리스는 장인정신의 대변자였고,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한 선구자였다. 오늘날 디자인은 단지 ‘형태와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신제품의 환경영향 중 80%는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된다. 디자이너는 이제 기후위기 시대의 실천자로,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윤리적 설계자로 불린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리스는 지금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 그는 생산 방식과 그 배경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오늘날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다시 선다.

“그 딸기 도둑 무늬의 칫솔꽂이, 정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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