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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월호 | 칼럼/학술 ]

[에세이 ESSAY 5] 그릇이 된 생각들_자라병 &「 킬리만자로의 표범 」
  • 이현배 옹기장이
  • 등록 2025-06-02 16:46:50
  • 수정 2025-06-02 16: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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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본격적인 ‘생각의 탄생’이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엄밀하게 ‘생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현배라는 이름보다 ‘골배’라고 불렸다. 골이 비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생각이 없다’는 거다. 많은 지도가 ‘생각 좀 하고 살으라’였기에 드디어 생각하며 살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다짐한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그전에도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바로 그 생각이, 생각이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그래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아니어서 또 골배. 그렇게 그렇게 오늘에 이르렀고 일로는 옹기의 원형인 흙그릇, 질그릇까지가 되었다. 1990년 겨울 남도여행 닷새째에 옹기점엘 들렸다. ‘어찌 왔느냐’는 말에 자신도 모르는 소리로 ‘옹기를 배우고 싶어서요’ 했다가 진짜로 옹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절실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얼마 뒤에 이사를 했고,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일장을 보러 읍내를 간 날이었다. 소화다리 간이정류소에서 내려 시장으로 걸어가다가 ‘이게 뭐지?’ 하는 게 있었다. 그때 어딘가에서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들렸다. 그래 오일장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노랫소리를 따라가게 되었다. 별교역 근처의 자그마한 음반가게였다. 가게 밖에서 노래를 마저 듣고서 장을 봐야 할 돈으로 조용필의 LP 음반을 샀다. 돈만큼 산 것이 1집에서 10집까지였다. 그리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만을 60분짜리 테이프에다 반복녹음을 하여 몇 날 며칠을 들었다. 


킬리만자로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 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 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면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작사: 양인자 작곡: 김희갑)

이 노래에서 ‘이게 뭐지?’ 하는 그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벌교로, 호텔에서 옹기점으로, 초콜릿에서 옹기로 순간적으로 바꾼 나를 알고 싶었다. 그렇지만 노래로 그 무엇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 그 노래가 이야기한 킬리만자로엘 무조건 찾아가게 되었다. 2003년 정초였다. 도대체 옹기일을 왜 하게 되었는지에서 왜 하는지 까지를 알면 ‘옹기장이 이현배입니다’ 하는 그 나를 알까 싶었다.

내심 킬리만자로가 끝이었으면 하는 기대로 가게 되었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면 이 삶을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컸다. 그렇게 갔는데 현지 가이드가 당황하였다. 덜렁 혼자에다 가이드의 말(영어)을 내가 잘 알아듣지 못했다. 다만 외국인과 6년간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체득한 것이 있어 상황을 파악하여 산행을 약속할 수 있었다. 

하루에 1,000m 고도씩 오르는 일정이었다. 준비가 없어 토하고 설사하고, 토하고 설사하고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계속 가야 했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폴레폴레 킬리만자로’였다. ‘천천히 천천히’ 그것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걸음이었다. 상상해보지도 못한 걸음이었다. 소걸음으로 안되고 코끼리걸음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닷새째, 호롬보 헛(3,720m)에서 길을 나서 문턱 이라 할 키보 헛(4,750m) 고지에 이르기 전은 평원을 이루고 있었다. 활화산의 면모가 보였고 뿌연 흙먼지가 심하게 날렸다. 그런 가운데 그 오랜 세월 정상을 향하는 듯한 덩어리들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가출가 家出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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