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업신」 석기질 점토, 화장토, 재유, 쳇바퀴 타렴 | 7×15cm | 2025
나는 오랫동안 ‘안녕’이라는 말 뜻에 주목해 왔다. 걱정이나 아무 탈이 없음을 의미하는 한자어인 동시에, 불확실한 삶을 견뎌내기 위한 오래된 주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안녕’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건네는 말이자, 불안을 견디기 위한 작은 기도 같기도 하다. 서로가 주고받는 ‘안녕’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서로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은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냥업신』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위로의 마음을 시각화하려는 시도이며,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수호신이다. 나에게 고양이는 늘 위로를 주는 존재였다. 도자기를 만들고 있을 때면, 고양이는 말없이 곁에 와 조용히 함께 시간을 보내주곤 했다.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며 나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해 주는 고양이는 무엇보다 큰 위로를 주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현재 머무는 레지던시가 위치한 고흥의 설화 모음집을 읽으면서 더 넓은 맥락으로 이어졌다. 설화 속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말을 걸고,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특히 집을 지켜주는 존재로 등장하는 ‘업신 業神’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다.
「냥업신」 석기질 점토, 화장토, 재유, 쳇바퀴 타렴 | 38×83cm | 2024
업신은 집안의 평안과 재물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구렁이, 족제비, 두꺼비, 고양이처럼 집에 머무는 동물들이 업신으로 여겨 졌고, 이들이 머무는 자리는 장독대나 고방 근처에 따로 마련되었다. 지역에 따라 업은 ‘업동이’, ‘업장군’, ‘업위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복을 불러오는 존재이자, 떠나면 재앙이 따른다고 여겨지는 신적인 존재였다. 나는 설화 속 업신이 삶의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마음의 형상, 즉 위로와 안녕의 감정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삶이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위로를 원하고,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를 상상한다. 『냥업신』 시리즈는 옛 설화에 등장하는 상징과 개인적인 기억을 겹쳐, 불안 속에서 다시 안녕을 기원하고 위로를 나누는 감정을 분청사기로 만든 작업이다. 귀엽거나 상징적인 동물 형상을 넘어서, 존재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위로를 주기를 바란다.
「냥업신」 석기질 점토, 화장토, 재유, 쳇바퀴 타렴 | 29×51cm | 2024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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