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그 경계를 넘어서》4. 9. ~4. 14. 갤러리인사1010
49×43cm | 핸드빌딩, 백자토 | 2025
나는 오랫동안 내면과 외면 사이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 왔다. 사람들은 흔히 외형만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시선을 받아온 사람 중 하나였다. “강해 보인다”, “차가워 보인다”,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나는 안다. 내 안에는 여 리고 섬세하며, 때로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리는 감정들이 존재 한다는 것을….
(좌) 18×9cm, 32×14cm, 22×12cm, 13×10cm, 31x11cm | 핸드빌딩, 백자토 | 2025
도자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그 내면의 세계를 조형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번 작업에서 주목한 대상은 꽃이다. 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외형에서 찾지 않았다. 꽃을 분해하고 그 내부 구주를 자세히 관찰한 뒤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결합하여 새로운 한 송이의 꽃을 만들어냈다. 꽃을 구성 하는 잎 수술 암술 줄기 그리고 그 속의 보이지 않는 결까지-나는 그 모든 요소를 세밀하게 분해하고 재배치하며, 겉과 속이 조화를 이루는 형상을 구성하고자 했다.
이 작업은 곧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꽃에 투영했다. 사람들은 꽃의 겉모습만 보고 예쁘다, 화려하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가 숨어있다. 마찬가지로 나라는 사람도 겉모습만으론 단단하거나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부드럽고 섬세하며 때로는 날카로운 감정의 층위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것을 다양한 색감과 촉감, 조형 요소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색에 있어 나는 꽃의 내부가 가진 생생한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싶었다. 꽃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겉보다 더 짙고 선명한 색채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것이 마치 사람의 감정과도 닮았다고 느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일지라도 그 내면은 격렬하게 요동치거나 혹은 놀랍도록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조형물에는 내부의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색의 배치와 대조를 의도적으로 구성하였다.
20×32cm, 20×26cm | 물레성형, 핸드빌딩, 옹기토, 탄화소성 | 2024
예를 들어 어느 한 작품은 뿔처럼 생긴 외형 속에 진한 붉은색의 날카로운 조형을 담고 있다. 이는 겉으로는 경계와 두려움이지만, 그 속에는 강렬한 감정의 흔들림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작품은 파스텔 색조의 유기적 형태들이 서로 겹쳐지며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감정들이 모여 나를 구성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꽃잎의 형상을 재해석한 부드러운 곡선과 꽃의 수술처럼 뾰족하게 솟은 형상들이 함께 배치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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