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AI가 만든 그림, 영상, 음악, 영화, 게임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창작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윤리적 논쟁, 저작권 침해 문제 역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출시한 ‘챗GPT-4o 이미지 제네레이션’ 모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브리 필터로 생성한 이미지들이 전세계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점령했다. 챗GPT-4o는 원본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바꾸는데 뛰어난 능력이 있다. 간단한 대화형 요청만으로 지브리뿐 아니라 레고, 디즈니, 픽사, 심슨 등 여러 애니메이션, 미술 화풍 등으로 사진을 이미지로 바꿔준다. 이중 지브리 스타일이 가장 인기다. 오픈AI 최고 경영자 샘 올트먼Samuel H. Altman은 지브리 열풍이 불자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라면서 “우리 팀도 자야 하니 다들 이미지 생성을 좀 자제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얼마 안 가 일각에서 창작 윤리 및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지브리의 상징 인물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는 평소 ‘아날로그적 신비감’과 ‘완결성에 대한 집착’을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모든 장면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제작할 만큼 그는 손으로 만든 장면의 힘을 매우 중시하는 창작자다. 그의 창작이 작가성과 대중성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국경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소구할 만한 이야기,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소재, 따뜻한 감성에서 모두가 공유, 수긍할 만한 보편성을 도출하는 데 있다. 그중에서 인간다움이야말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평생 지켜온 창작 철학이자 삶의 태도다.
지브리 화풍의 인기를 두고, 오픈AI가 학습활용에 지브리 스튜디오와 계약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픈AI 측은 특정한 스타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일본 문화청은 이러한 AI 열풍에 대해 화풍 같은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보호하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으며, AI 기술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이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작 지브리 스튜디오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 그러나 이와 같은 쟁점과 상관없이, AI 콘텐츠 생성 기술이 저작권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뉴욕의 프라이어 캐시먼 로펌 소속 변호사 조시 와이겐스버그Josh Weigensberg는 “작품 스타일style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2)
‘지브리풍’ 이미지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상을 보고, 대중이 이미지를 스타일로 소비, 공유하고 곧 사라질 밈meme 유행으로 가볍게 보는 시각도 있다. AI 생성 이미지 스타일 중에 유독 사람들이 지브리를 선호하는 것은 오히려 대중이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타일과 세계관에 경의를 표하는 오마주이며 팬심이라는 의견도 있다. 왜 사람들은 많은 화풍 중에 지브리에 열광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씁쓸한 면이 없지 않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은 모두 이웃, 친구처럼 익숙하고 따뜻하다. 사람들은 지브리풍으로 얼굴을 바꾸고 좋아하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서사를 나, 가족의 것으로 바꿔 즐긴다. 인간적인 것, 따뜻함, 친근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아날로그 감성이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 열풍의 인기 요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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