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면은 경기도자미술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사진 한 점을 통해 기법이나 표현방식, 주목받은 이유 등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과거의 물상과 이야기를 탐험하고자 합니다.
글·사진. 경기도자미술관 제공
김대훈 KIM Daehoon「합에 담긴 이야기-분청분장 사각합」 37×18×15cm | 한국 | 2008
고려 말, 조선 초에 활발히 제작된 분청은 상감, 조화, 박지, 덤벙, 귀얄, 철화 등 다양한 장식기법으로 제작되었는데, 김대훈 작가는 다양한 분청기법 중 흙물에 도자기를 담갔다가 바로 꺼내는 덤벙기법으로 사각 합을 제작하였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눈물 자국과 흙물의 얇고 두꺼운 정도에 따라 흙의 본연의 색이 드러났다. 숨어버리는 덤벙의 묘미가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작가는 사각 합의 형태 안에 현대인의 생활양식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마이클 루세로 Michael LUCERO「메르콜레디(수요일)」 39×46×96cm | 미국 | 2003
미국의 도예가이자 조각가인 마이클 루세로는 화려한 색상과 초현실적인 드로잉, 인물의 추상적인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가이다. 루세로의 작품세계는 그를 형성한 여러 문화가 교차해서 나타나고 청동, 나무 등 다양한 매체의 혼합이 특징이며, 민속 예술, 파충류, 신체, 동화 등에서 차용한 모티브로 시리즈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최근 다양한 색의 모직 실로 덮인 조각상을 제작하는데 「메르콜레디」는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일곱 명의 난쟁이로 이루어진 시리즈 작품으로 유약 처리가 된 도자 표면 위에 모직 실을 붙여 장난감 같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것은 점토와 유약에 주력했던 전작들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로 도자 조형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한다.
정규 JUNG Gyu「갈색유항아리」 h27ר24cm | 한국 | 1970년대
정규는 도예가 현대미술로 정립되는 데 기여한 작가이다. 1960년에 한국민속도자공예연구소를 세우며 전후戰後 격변기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현대도예의 폭을 확장했다. 그의 작품은 석기를 중심으로 생활용 도자기의 기형에 유약을 입히고 불필요한 장식을 절제한 것이 특징이며, 1960년대에는 당시 드물었던 도자 벽화를 제작하여 건축과 미술의 협업을 시도했다.
이민수 LEE Minsoo「지평선」 h10ר13, h8ר14cm | 한국 | 2008
이민수 작가는 서로 다른 색이 겹겹이 쌓여진 색 층과 잘라낸 단면이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레 위에서 원통형 석고 틀에 흙물을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하면서 여러 겹의 흙이 층층이 쌓인 형태를 만든다. 이를 건조시켜 기하학적 형태로 자르면 단면이 드러나 색이 다른 원통이 겹겹이 겹친 색 층이 나타나고, 원통의 단면에 보이는 색 층은 안과 밖, 위와 아래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하며 단면의 윤곽을 더욱 잘 드러난다. 작가는 작품에 쌓인 수많은 시간과 기술의 집적을 나이테와 같은 단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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